섹시하지만 고혹적인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오랜 친구 같은 브랜드. 종전에 우리가 느껴 온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의 느낌은 이랬다. 192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해 장인 정신을 큰 줄기로 이어 온 명품 브랜드기 때문이다. 젊은 고객보다 충성스러운 중·장년 마니아층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았던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지의 노후화는 매출 하락과 직결된다. 특히 유행의 속도가 빠른 패션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구찌는 2014년 일생일대의 변화를 택했다. 수석 디자이너로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1972년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발탁했다. 화려한 꽃무늬와 호랑이, 뱀, 곤충까지 단조롭던 구찌의 작품에 색감과 디자인을 입혔다. 큼지막한 'GG' 로고가 얼마나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 줬다.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구찌는 최근 한국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프라다의 사각형 백, 샤넬의 클래시컬한 백을 들던 이들은 이제 구찌의 마몬트 백을 어깨에 걸친다. 변화에 민감한 연예계도 구찌를 선호한다. 비단 30~40대 배우뿐 아니라 10~20대 아이돌까지 구찌의 창조적이고 개성 있는 스타일에 반했다. 심지어 고등학생들이 구찌 스니커즈를 사고 싶어 할 정도로 외연을 넓혔다.
그런 구찌가 최근 '옴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구찌는 지난 6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남성 전용 매장을 열었다. 이곳은 오직 남성 소비자를 위한 쇼핑 공간으로 의류를 비롯해 가방, 신발, 가죽 소품, 벨트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분위기도 남성을 위해 구성했다. 절제 인테리어를 통해 편안함과 안락함을 강조했다. 가죽 소재의 의자와 원형 테이블, 빈티지한 느낌의 다크 우드 쇼케이스를 비롯한 부드러운 요소들은 기하학적 패턴의 금속 플레이트가 주는 강한 인상을 완화한다는 것이 구찌 측의 설명이다. 또 브랜드 비전인 '컨템퍼러리 럭셔리'를 내세우기 위해 독특한 자재와 여백의 미를 살린 것도 특징이다.
구찌의 한 관계자는 "구찌 브랜드를 선호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국내 남성 고객이 증가하면서 신세계백화점 본점 남성 매장을 포함해 총 5개의 남성 스토어를 운영 중"이라면서 "구찌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국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고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