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계약 속도가 더디다. 지난달 21일 개장해 딱 1명만 계약한 상태다. FA 권리를 행사한 15명 중 거취가 확정된 것은 잔류를 택한 모창민(NC)뿐이다. 공급은 있지만 수요가 없는 불균형의 연속이다. 경쟁이 없으니 당연히 몸값도 올라가지 않는다. '거품을 빼자'는 분위기도 강하게 형성됐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FA 계약을 성사시켰던 구단들이 하나같이 외부 FA 영입에 발을 빼면서 냉기가 가득해졌다.
관심을 모은 롯데는 내부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양상문 신임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을 앞둔 상황. 힘을 실어 주기 위한 방법으로 '외부 FA 영입에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안방 강화가 필요한데 때마침 양의지(두산)와 이재원(SK)이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민병헌(전 두산)에게 80억원, 2016년 윤길현(전 SK)과 손승락(전 넥센)에게 각각 38억원과 60억원을 투자하며 외부 FA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내부 FA로 풀린 노경은의 잔류에 일단 주력하는 분위기다.
KIA도 비슷하다. KIA는 2017년 최형우를 FA 총액 100억원에 영입하는 등 최근 2년 동안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FA 시장에 쏟아부었다. 투자할 땐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내부에서 FA로 풀린 선수가 없어 외부 FA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지만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광주 진흥고 출신의 'FA 최대어' 양의지에게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아니다. 사실상 FA 투자 계획이 없다. 한화도 마찬가지. 외부 FA보다 내부 FA 송광민·이용규·최진행과 협상이 우선이다. 그러나 3명과 협상도 미온적이다.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 기조로 팀의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지 않을 계획이다. 항간에 떠돌았던 양의지의 영입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2016년 FA 시장에서 무려 191억원, 지난해 54억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이번엔 과감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삼성과 LG, 두산도 내부 FA 잔류가 1차다. 외부 FA 시장에 눈을 돌릴 만한 여유가 없다. 투자가 가능한 '빅 마켓' 구단들이 F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니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있다. 다른 구단의 제안을 기다리는 FA 선수들의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현재 FA 계약에 관여하는 A구단의 한 관계자는 "각 구단들이 FA 시장에서 투자를 주저하기 때문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