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시장엔 냉기만 가득하다.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양의지 조차도 아무 소식이 없다. 연합뉴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얼어붙었다. 올해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양의지(31)조차 아직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흔치 않은 '공수 겸장' 대형 포수가 등장하면서 여러 구단이 달려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많은 팀이 차례로 "외부 FA 영입은 없다"고 선언하기 시작했다. "포수 육성이 정말 힘들다" "좋은 포수가 필요하다"는 고민은 여전하다 해도 각자 다른 내부 사정에 따라 양의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는 내부 FA로 시장에 나온 포수 이재원을 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이재원이 없었다면 양의지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재원이 있다면 굳이 양의지에게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 베테랑 이성우와 중견 포수 허도환으로 구성된 백업도 튼튼하다. '내부 단속'이 숙제다.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들 유력 후보 구단으로 꼽혔던 한화는 고심 끝에 '철수'를 선언했다. 올해 제대로 효과를 봤던 '내부 육성'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 가기로 했다. 주전 포수 최재훈과 백업 포수 지성준에게 그대로 안방을 맡긴다. 최재훈은 2017시즌 중반까지 두산에서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몸담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감이 있는 포수를 원했던 한화가 트레이드로 공들여 영입했다. 지성준 역시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자주 출전 기회를 얻었다. 내년엔 더 높은 도약을 꿈꾼다.
넥센은 자립형 야구 기업인 팀 특성상 외부 FA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김재현이 입대해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백업 포수 주효상을 주전감으로 키울 계획이다. 주효상은 2016년 넥센이 1차 지명으로 뽑은 포수다. 올해 풀타임을 뛰고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구단의 기대도 그만큼 높아졌다. KIA 역시 광주진흥고 출신 양의지 영입에 관심을 보일 만한 구단으로 여겨졌지만, 올해 활약한 김민식과 한승택 체제로 내년을 준비하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해 FA 포수 강민호를 4년 80억원에 영입한 팀이다. 한 지붕 아래 두 명의 왕을 둘 수는 없다. 지난해 삼성으로 강민호를 보내고 포수 자원이 취약해진 롯데는 양의지 영입 전쟁 참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FA 시장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투자 대비 효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안중열·김준태·나종덕 등 젊은 포수들의 성장도 더딘 편이다. 하지만 양상문 신임 감독은 "양의지 영입보다 젊은 포수 육성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리무중이다. 유강남을 키운 LG, 장성우를 보유한 kt도 이들을 성장시키는 데 더 무게를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