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작 '마약왕(우민호 감독)', '스윙키즈(강형철 감독)', '아쿠아맨(제임스 완 감독)'이 동시 개봉한 가운데, 세 작품이 박스오피스 1·2·3위를 나란히 점령하며 톱3가 물갈이 됐고, 왕들의 시대가 열렸다.
작품·감독·배우 면면 모두 관객들의 흥미를 끌 만한 지점이 다분한 만큼 첫날 성적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 세 작품 모두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결국 흥행 승패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흥행은 '영화의 힘'에 달렸다.
가장 먼저 웃음지은 작품은 이변없이 송강호의 '마약왕'. 특별한 검열 없이 당당하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내놓은 '마약왕'은 성인 타깃층을 노린다. 일단 송강호라는 묵직한 존재감이 대단하다. 송강호는 이름이 곧 신뢰다. 낯선 소재, 강렬한 이야기에 호평과 혹평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내부자들' 신드롬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전 예매율은 12세 관람가로 접근성이 쉬운 '스윙키즈'가 우세했다. 하지만 '스윙키즈'는 정식 개봉 일주일 전부터 황금 시간대 유료 시사회 창구를 열고 변칙 개봉을 진행, 상도덕 없는 마케팅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사회 반응과 작품에 대한 평가는 좋아 향후 흥행 추이가 주목된다.
망망대해에서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 '아쿠아맨'은 과거 DC 명성을 되찾아 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DC는 '원더우먼'에 이어 '아쿠아맨'으로 기사회생할 기회를 마련했다. '마블국'으로 불릴 만큼 DC보다 마블 히어로를 사랑하는 국내 관객들이지만 '섹시한 히어로'는 소속사가 어디건 사랑받기 마련이다.
출연: 도경수·자레드 그라임스·박혜수·오정세 감독: 강형철 장르: 드라마 줄거리: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이야기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33분 한 줄평: '퍼킹(Fucking)' 이데올로기, 저스트 댄스
신의 한 수: 제대로 춤바람 난다. '스윙키즈'는 영화 시작 15분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마지막까지 부지런히 바닥을 두드린다. "저스트 댄스!"라 말하는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를 따라 고요한 관객석에서도 자연스럽게 흥이 난다. 춤에는 노래가 따라오기 마련. 정수라의 '환희',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 베니 굿맨의 '싱싱싱'까지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울려 퍼진다. 또한,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를 삽입해 큰 화제를 모았다. 비틀즈의 원곡을 그대로 담은 한국영화는 '스윙키즈'가 유일하다. 특히 강형철 감독은 "음악도 하나의 배우"라며 선곡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모던 러브'는 레오 까락스 감독의 '나쁜 피'를 오마주하며 삽입된 곡. 어두운 파리의 골목을 달려나가는 드니 라방의 몸짓처럼, 극중 도경수와 박혜수도 자유를 향해 내달린다. '프리 애즈 더 버드'의 가사는 새처럼 자유롭길 바라는 스윙키즈 댄스단의 노래처럼 들려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스윙키즈'는 이념 대립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영화다. 주인공이 북한군 포로인 탓에 자칫 일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강형철 감독은 꼬이고 꼬인 이념 문제를 영리하게 직선으로 풀어낸다. 남한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와 한국으로 좌천된 미군, 타국에 고립된 중공군, 부모를 잃은 전쟁 난민에게 스며드는 춤을 향한 열정을 가볍고 예쁘게 포장해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춘다. 잭슨 역 자레드 그라임스가 외치는 "퍼킹(Fucking) 이데올로기" 한 마디에 강 감독의 의도가 모두 담겼다. 배우들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신인 배우를 기용해 최고의 연기를 뽑아내는 것이 특기인 강 감독은 주연배우 명단에서 찾아보기에 다소 낯선 배우들을 데리고도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샤오팡 역의 김민호가 한국어 대사 한 마디 없이 신을 제대로 훔치는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을 알 수 있다.
신의 악수: '스윙키즈'의 태세 전환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밝고 발랄하고 코믹한 영화에 이념 문제가 끼는 순간 갑자기 깊은 어둠이 드리운다. 가벼운 댄스에서 어두운 이념으로 넘어가는 태세 전환이 별다른 준비 과정 없이 갑작스럽기에 문제다. 춤 하나만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겐 예상치 못하게 펼쳐지는 무거운 분위기에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영화의 이러한 변화는 연출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반부는 강 감독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연출로 채워지고, 후반부는 그와 정반대인 화면이 펼쳐진다. 편집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튀는 느낌을 받기 쉽다. 물론, 강 감독은 이에 대해 "의도한 것"이라고 밝힌기도 했다. 이념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관객 모두가 다 찬성표를 들지는 못한다. 너무 직설적으로 풀어낸 탓이다. '스윙키즈'는 비유와 은유보다는 말과 행동으로 이념을 이야기한다. 남북관계가 녹았다 얼어붙기를 반복하고, '빨갱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나라에서 이념을 상업영화에서 다루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도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외국인 배우들이 등장할 때 가장 흔히 쓰이는 "MBC '서프라이즈'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스윙키즈' 또한 피할 수 없다. 포로수용소의 현실을 춤을 향한 열정으로 미화하다보니 만화영화를 보는듯 보는 이를 민망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몇 차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