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는 28일 스페인 지로나의 무니시팔 데 몬틸리비에서 열린 2018~2019시즌 프리메라리가 21라운드 바르셀로나와 홈경기에서 0-2로 뒤진 후반 41분 알렉스 그라넬과 교체 투입됐다. 그는 추가 시간을 포함해 약 7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생애 첫 프리메라리가 슛을 시도했다. 후반 44분 프리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은 백승호는 과감하게 슛으로 연결했으나 상대 수비에 막혔다. 팀은 넬송 세메두와 리오넬 메시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2로 졌다.
친정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어 더 뜻깊다. 백승호는 2010년 13세의 나이로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13세 이하(U-13) 유스팀에 입단해 10년 가까이 몸담았다. 이로써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에 이어 여섯 번째 한국인 프리메라리거가 됐다.
꿈의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백승호는 2017년 8월 바르셀로나B(2군팀)를 떠나 지로나와 3년 계약을 했다. '2018~2019시즌부터 1군에 합류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이와 별개로 2군에서 착실한 훈련과 치열한 실전으로 실력을 검증받기로 결심했다. 그는 단번에 팀의 핵심 선수로 올라서며 우려의 목소리를 지워 나갔다. 그는 2군 팀인 페랄라다 소속으로 지난 시즌 세군다 B(3부리그) 34경기(32경기 선발)에 출전해, 총 2541분을 뛰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전담 키커로 나서는 등 팀의 당당한 키 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훈련은 대부분 1군에서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1군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지난해 8월 스페인 최고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와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 나설 18인 엔트리에 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는 1군 데뷔의 문턱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발목이 묶였다. 백승호는 여름 이적 시장 막판에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더글라스 루이스가 임대 선수로 합류하며 각 팀마다 3장으로 제한된 비유럽 선수(Non-EU) 쿼터 문제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맨시티가 루이스를 워크퍼밋 문제로 영입할 수 없게 되자 임시로 지로나에 떠넘긴 것이다. 이적 시장 마감 직전에 루이스가 들어오면서 백승호는 다른 팀을 알아보고 협상할 기회조차 잃었다.
2군에서 묵묵히 칼을 갈던 백승호는 콜롬비아 출신 수비수 요한 모히카가 다치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1군 외국인 쿼터 등록을 한 백승호는 꾸준히 엔트리에 들며 출전 기회를 노린 끝에 지난 1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16강 1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되며 감격의 1군 데뷔를 이뤄 냈다. 백승호의 성장은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벤투 감독은 2019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것으로 보이는 기성용(뉴캐슬)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대체자를 두고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