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1일 캠프가 시작된 뒤 꾸준히 오키나와 1군 캠프와 고치 2군 캠프 멤버를 교체하고 있다. 1군 캠프에는 긴장감을 심어 주고, 2군 캠프에는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이미 지난 10일 오키나와에서 훈련했던 투수 김범수와 내야수 윤승열, 외야수 홍성갑·김민하를 고치로 보냈다. 김범수는 지난해 1군 주축 멤버로 활약했던 투수지만, 아직 실전 피칭보다 몸 관리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자 지체 없이 고치행을 통보했다. 또 20일에는 투수 김경태와 내야수 김현민을 오키나와 캠프로 불러 올렸고 1군 캠프 멤버였던 투수 김진욱과 내야수 노태형을 고치로 보냈다. 사흘 뒤인 23일에는 퓨처스 캠프 멤버인 투수 이충호를 1군 캠프로 불렀고, 오키나와에서 훈련했던 신인 투수 정이황을 퓨처스 캠프로 이동시켰다.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재활군에 합류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스프링캠프 기간에 훈련지를 옮기는 장면은 자주 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화는 올 시즌부터 '1군과 2군 캠프 간 자유로운 이동'을 새로운 테마로 삼았다. 배영수와 권혁 같은 베테랑이 팀을 떠나고 세대교체에 더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자율 경쟁 강화'라는 팀의 방향성을 더 확고하게 보여 주겠다는 의지다. 유망주들을 더 폭넓게 테스트해 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한화 관계자는 "2군 캠프에서 훈련하느라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지 못하는 유망주 가운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 두루 기회를 제공해 동기부여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캠프 기간이 짧아지면서 1군 캠프는 시작과 동시에 실전 위주로 진행된다. 실전 참가보다 훈련이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선수들이 2군 캠프에서 맞춤형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분발하라'는 메시지만 던진 것은 아니다. 한화는 당초 훈련일로 배정된 24일 단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선수단에 휴식일을 줬다. 피칭 스케줄에 따라 불펜피칭이 예정된 일부 투수들을 제외하면, 전원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주장 이성열이 선수들의 뜻을 모아 한용덕 감독에게 직접 요청했고, 한 감독이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한화 관계자는 "캠프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선수들이 체력적 피로도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이라며 "한 감독도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준비와 현재까지 훈련 성과를 높게 평가한다. 주장의 건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해 휴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