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1라운드가 진행됐다. 유료 관중은 6경기에서 총 7만9355명이 들어찼다. 경기당 평균 1만3226명이 입장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1라운드에서 총 5만4854명, 경기당 평균 9142명이 입장한 데 비해 무려 44.7% 증가한 수치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대구 FC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2만1250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지난해 공식 관중 집계 방식이 유료 관중 기준으로 변경된 뒤 전북이 기록한 최다 관중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격돌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도 사상 최다인 1만854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 이래 최다 관중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1만5525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채웠다. 미세먼지로 열악한 날씨 속에서도 K리그1의 열기는 뜨거웠다.
물론 K리그1의 흥행 여부를 1라운드만으로 결정 지을 순 없다. 앞으로 열기를 이어 갈 수도, 하락세를 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수 있는 희망이 K리그1을 뒤덮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다. 절대 최강 전북의 변화. 최강희 감독이 떠나고 조세 모라이스 감독 체제로 바뀐 전북의 새로운 모습에 K리그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또 전북 독주가 아닌 강력한 대항마 울산 현대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도약을 노리는 두 흥행 구단 서울과 수원 삼성. 시민 구단의 역사가 되고자 하는 경남 FC의 또 다른 도전 등 새로운 재밋거리가 수두룩하다. 여기에 수준급 외국인 선수의 합류가 불을 붙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조던 머치(경남)가 대표적이다. 또 개막전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세리비아리그 득점왕 출신 알렉산다르 페시치(서울) 베트남 신화의 주역 응우옌콩푸엉(인천) 등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이들이 K리그1에 더욱 적응하고, 진정한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K리그1은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
많은 이유 중 핵심은 K리그1 클럽 전체적으로 달라진 경기력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K리그1 지도자들의 경기 방식이다. 지난 시즌에는 지루한 경기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1강 전북을 제외하고는 수비에 초점을 맞췄고, 승점을 위해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경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K리그 팬들이 등을 돌릴 만한 경기력이었다.
올 시즌, 분명 달라졌다. 개막을 앞두고 가진 K리그1 미디어데이에서 12개 팀 감독 모두가 "K리그 팬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수비 축구가 아닌 공격 축구를 지향하겠다"고 다짐했다. 승리와 승점도 중요하지만 K리그1 지도자들은 K리그 팬들의 눈높이에 더욱 중요한 가치를 둔 것이다. 팬들이 없으면 K리그의 존재 이유가 없다. 즐거운 축구로 K리그 팬들을 만족시키겠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감독들의 의지가 개막전에 고스란히 표현됐다. 약속을 지켰다. 개막전 6경기 모두 박진감이 넘쳤다. 공격 축구로 K리그 팬들을 맞이했다. 골이 나오지 않은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 1골로 그친 경기도 없었다. 6경기 모두 2골 이상 터졌다. 총 14골이 K리그 팬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공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기 템포가 빨라졌다. K리그 팬들이 원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90분 내내 숨 막히게 진행된 빠른 경기 속도에 K리그 팬들의 즐거움의 속도도 빨라졌다.
서울과 포항의 경기가 열리기 전에 만난 두 수장 역시 K리그1에서 주를 이룬 '빠른 템포'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 경기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과 최순호 포항 감독은 이전 1라운드 경기를 지켜봤다. 최 감독은 "확실히 올 시즌 K리그1 템포가 빨라졌다"고 평가하며 "공격적인 축구로 가야 한다. 지루한 축구가 아닌 싸우는 축구로 가야 한다. 전쟁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K리그 팬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호 감독 역시 "다른 팀의 경기를 봤다. 공격에서 스피드가 높아졌다. 수비는 더욱 타이트해졌다. 많은 팀들이 이렇게 하다 보니 경기에 박진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1라운드 흥행에 만족할 순 없다. 다음이 더욱 중요해졌다. K리그는 흥행을 이어 갈 수 있는 맛있는 재료를 준비해 놨다. 5일과 6일에는 한국 대표로 전북·경남·울산·대구 FC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선다. 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은 산둥 루넝(중국)과 ACL 데뷔전을 치른다. 다음 날 전북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베이징 궈안(중국)을 상대로 아시아 정상을 향한 첫발을 내디딘다. 대구는 5일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 울산은 6일 시드니 FC(호주) 원정을 떠난다.
ACL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뒤 다시 K리그1 2라운드가 진행된다. 오는 9일 대구는 새로운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제주다. 또 피 끓는 전쟁을 펼치는 전북과 수원의 경기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오는 10일에는 올 시즌 1부리그로 승격한 K리그 최고 명가 성남 FC와 서울이 격돌한다. 서울은 페시치가 출격을 예고해, 이 경기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빠른 템포'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