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른 국제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선발진의 주축은 주로 좌완이 맡았다. 양현종(KIA) 김광현(SK) 장원준(두산)이다. 지도자·기술위원 모두 오른손 선발투수 선발을 두고 어려움을 겪었다. 이상적인 세대교체의 전제 조건으로 젊은 우완 투수 발굴이 화두로 떠올랐다.
위안거리는 있다. 20대 초·중반 젊은 우완 투수 가운데 한국 야구의 미래로 기대받는 투수가 늘었다. 그동안 소속팀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았고, 포스트시즌 등 큰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보여 줬다. 지난해에는 각자의 사정으로 순탄한 행보를 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정상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고 도약을 노리고 있다.
대표 선수는 장현식(24)이다. 2017시즌 소속팀 NC의 선발진 한 자리를 맡았던 그는 그해 말 국제 대회까지 치른 후유증 탓에 지난 시즌은 부상 여파에 시달렸다. 21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는 문제없이 치러 냈다. 공식 훈련 시간이 아닐 때도 틈틈이 몸 만들기에 매진하며 재기 의지를 드러냈다. FA(프리에이전트) 포수 양의지도 "생각한 구위보다 더 좋았다"며 극찬했다.
잠재 선발 자원이다. 그러나 구단은 조바심을 내진 않는다. 다가올 시즌에도 불펜으로 활용하지만 중책을 맡길 전망이다. 장현식은 오른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전 마무리 투수 임창민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완 이민호·좌완 강윤구 등 다른 후보도 있지만 전지훈련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3년 차를 맞은 롯데 윤성빈(20)은 선발진 합류가 유력하다. 2017년 1차 지명투수인 그는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에 관심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그러나 입단 첫해는 어깨 통증을 다스리는 차원에서 2군에만 머물었고, 지난해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지만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올 시즌은 선발진 안착과 롯데 마운드의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다. 우완 기대주 선두 주자였던 박세웅이 팔꿈치 뼛조각 수술 재활로 이탈했고, FA 투수 노경은까지 롯데 잔류가 불발된 상황에서 기회를 얻었다. 1차 스프링캠프 기간에 시속 150km가 넘는 공을 뿌렸다. 그도 "지난해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교본 삼아 겨우내 준비했다"고 했다. 투구 수 70개를 넘기면 급격하게 떨어졌던 구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양상문 롯데 감독은 선수의 컨디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달군 키움 2년 차 투수 안우진(20)도 도전을 맞이한다. 1~3년 차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구위를 인정받은 투수다. 그러나 지난해 선발로 나선 다섯 경기에선 평균자책점 11.88에 그쳤다. 완급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교 시절, 후배 폭력 사건에 연루된 이력 탓에 여전히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다가올 시즌을 앞두고 그를 선발 후보로 낙점했다. 선수는 지난 시즌을 치르며 "단조로운 투구 패턴 탓에 한계를 깨달았다"며 변화구 장착에 매진했다. 빠른공의 구위는 소속팀 간판타자 박병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관건은 5~6이닝 동안 버티는 능력이다. 시범 경기 기간에 재확인받을 전망이다. 과거의 과오에 대해서도 "좋은 성적보다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속죄 의지를 드러냈다. 안팎으로 중요한 시점이다.
kt 우완 투수 김민(20)도 주목된다. 지난해 역대 일곱 번째로 고졸 신인 선발승을 거둔 투수다. 시즌 이후 구단은 그에게 kt 투수 가운데 최고 연봉 인상률(48%)를 안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주 무기인 강속구를 뿌리며 무력시위했다. 이강철 kt 감독에게 직접 올바른 투구 밸런스를 구축하기 위한 조언을 들으며 풀타임 시즌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