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시즌을 앞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3월 2일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열린 제133회 총회에서 다가오는 시즌부터 적용할 경기 규칙 개정안을 승인했다.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IFAB는 지난 2년의 시험을 통해 지금의 축구 경기 규칙에서 크게 세 가지를 변경했는데,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핸드볼 규칙이 바뀐 것이 가장 주목받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한 경기 규칙 설명회에 따르면, 앞으로 축구 경기 득점 상황에서 일어나는 핸드볼은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반칙으로 선언된다.
그동안 핸드볼 반칙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축구 경기 규칙 중에서도 오프사이드와 함께 '오심 논란'에 가장 자주 휩싸이는 반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용구처럼 쓰이는 '신의 손'이란 표현처럼 경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반칙이지만, 고의성을 따지는 판정 기준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벌어졌다. '신의 손'이란 말이 등장하게 된 그 유명한 1986 멕시코월드컵 8강전 디에고 마라도나의 골을 시작으로, 당장 지난달 18일 열린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경기에서 나온 페르난도 요렌테의 핸드볼 득점까지 전 세계 축구사에 핸드볼 오심이 남긴 흔적은 무수하다.
이런 핸드볼 오심을 최소화하고, '신의 손' 논란을 줄이기 위해 IFAB는 "손 또는 팔을 이용해 득점했다면 비록 우연일지라도 반칙 상황이 된다"고 규칙을 개정했다. "핸드볼은 손 또는 팔로 공을 접촉하는 선수의 의도적 행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해 고의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기존 규칙에서 '의도적 행동' 부분이 아예 빠졌다. 의도적으로 공을 건드린 것이 아니더라도, 공격 상황에서 손이나 팔에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면 무조건 핸드볼 반칙이 된다는 뜻이다. 득점 역시 당연히 무효가 된다. 수비 상황에 적용될 때는 조금 다르다. "손 또는 팔이 그 선수의 어깨높이보다 위로, 과도하게 올라간 상태에서 공을 건드렸을 때" 등과 같이 적용 상황이 구체화됐다.
IFAB의 핸드볼 규칙 개정은 크게 두 가지 배경에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첫째는 '의도적인' 핸드볼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것이 결국 주심 개인의 재량으로 연결되는 만큼 판정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점이다. 둘째는 축구는 어디까지나 발로 골을 만드는 스포츠라는 '기본' 그 자체에 충실하려는 것이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손이나 팔에 맞은 공 하나 때문에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막겠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반복되는 논란을 막기 위한 세계 축구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핸드볼과 함께 새로 바뀌는 규칙들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IFAB는 감독, 팀 임원의 위반 행위에 대한 경고(옐로카드) 및 퇴장(레드카드)을 도입하기로 했다. 만약 반칙을 저지른 사람을 특정할 수 없다면 기술 지역 내에 있는 지도자 중 가장 높은 지위의 지도자, 즉 감독이 제재 대상이 된다. 또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교체 대상이 되는 선수는 벤치 앞 교체 구역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경계선 위의 지점으로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 경기 진행 중 공이 심판의 몸에 맞고 골로 연결되거나 공격권이 바뀌는 경우에는 경기를 중단하고 드롭볼을 시행한다.
이번에 바뀐 경기 규칙은 세계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폴란드에서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그리고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에서도 이 규칙에 따라 경기가 운영된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8강부터 새 규칙 아래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러나 시즌 중인 K리그의 경우, 올 시즌까지 현행 규칙을 유지하고 다음 시즌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