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걸그룹 멤버, 7년차 배우. 에이핑크 정은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온 대표적 연기돌이다. 안주할 법도 한데 새로운 곳에 발 디디기를 멈추지 않는다. 공포영화 '0.0MHz'을 통해서 대중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정은지의 얼굴을 보여준다.
'0.0MHz'는 초자연 미스터리 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를 증명하기 위해 우하리의 한 흉가를 찾은 후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루는 공포영화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정은지는 극중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희 역을 맡았다. 주로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를 보여줘온 그는 감정을 극도로 절제한 톤의 연기부터 빙의된 연기까지 도전했다.
-경상도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다. "감독님이 '할머니가 빙의됐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셨던 것 같다. 제가 경상도 사투리는 잘 하긴 하지만, 차별점을 두기 위해 전라도 사투리로 설정하신 듯하다. 경상도 사투리 연기만 했었는데 다르게 해보니 재밌었다. 손호준이 광주 출신인데,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지인 중에 전라도 출신인 분들에게 다 부탁했다. 그런데 각자 다 달라서 '멘붕'이 왔다. 그러던 중 제작사 쪽에서 보내준 녹음본이 제일 적합한 것 같았다. 전라도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만족한다. (사투리를 쓰는 장면이) 제일 걱정한 신인데 혼자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선배 배우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던데. "진경 선배, 박지환 선배와 작품을 하게 됐는데, 얼마 전에도 백숙을 먹으러 갔다. 언니 오빠들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존경스럽다. 그 분들을 보며 '나는 어떻게 시작해야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성동일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딸 중 가장 친하게 지낸다고 했더라. "그런가.(웃음)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5살이 많은 선배들이다. 그 분들과 술 한잔 하거나 같이 밥을 먹거나."
-도전하고싶은 장르가 있다면. "가족 영화나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다. 로맨스도 늘 하고 싶다.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저에게 플러스가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출신이기도 하고 밝은 배역만 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표정과 얼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대표 연기돌로서 부담이 크겠다. "솔직히 부담이 크다. 배우들은 시작이 배우니까. 아이돌 출신 배우는 연기를 잘해도 '최고의 연기돌'이 되지 최고의 배우가 되지는 않는다. 임시완도 배우로 완벽히 전향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연기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더 많은 아이돌 연기자들이 잘 돼서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내가) 스타트를 끊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데뷔 동기들이 많이들 배우로 전향하고 있다. 7년이 걸그룹 마지노선이라고들 하기 때문이다 전향한 친구들은 완벽히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응원하고 있다."
-동료 아이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절반을 아이돌 생활을 하다가 다른 것에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쉽다. 같이 조금 더 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 같이 윈-윈 하면서 나아가면 좋을 텐데. 쉽지 않겠지만 놓아버린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요즘엔 완전 해체라기보다는 활동 중단 정도만 선언을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