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병철(45)은 일명 '파국 아저씨'로 통한다. 한 단계 발전해 이젠 '차파국' 혹은 '불꽃박쥐'로 불린다. 극 중 강렬한 캐릭터를 자주 선보였던 터라 그가 실제 어떤 성격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JTBC 'SKY 캐슬'에서 피라미드 꼭대기를 강조하던 차민혁일지, KBS 2TV '닥터 프리즈너'처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선민식일지 궁금증 속 마주했다. 수줍음 많은 미소로 등장한 김병철은 낯을 가리지만 입에 슬슬 시동이 걸리니 재치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취중토크는 데뷔 17년 만에 처음인지라 얘기하면서 연신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진을 찍으니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면서 당황해 웃음을 터뜨렸다.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TV부문 남자 조연상 수상의 영광까지 누렸다. 축하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 그때의 영광이 되살아난 듯 트로피를 만지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 해맑은 미소는 차민혁도, 선민식도 아닌 김병철이었다.
-'닥터 프리즈너'가 첫 주연작이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전작이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됐고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라는 건 예상을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어느 정도 잘 될거라고는 생각했어요. 대본이 재밌었거든요. 그런 내 예상보다도 성적이 좋아 마음의 짐을 내려놨어요. 첫 방송 시청률을 확인한 후 좀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교도소 의료과장이라는 생소한 직업이었어요. "의사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대본을 읽어보니 의료활동은 거의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사라는 것에 대해선 부담이 없었어요. 대신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인 같아서 그런 이미지를 유심히 봤어요."
-갈등 구조가 단순해진 건 아쉬운 지점이었어요. "이재준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 메인 악당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이제와 선민식의 양자구도에 이재준이 등장하면서 좀 더 다양한 상황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렇지만 사람만 바뀌고 반복되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갈수록 대본을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 상황이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작가님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불꽃박쥐'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하하.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의미가 있겠죠. 타다가 없어질 거란 말 인가. 박쥐 같은 행동을 한 건 맞으니 나쁘진 않은데 불꽃이란 말은 갑작스러웠어요. 대본에 있던 대사는 맞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장면에서 선민식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남궁민 배우가 신경을 써줬던 것 같아요. 많이 의지가 됐어요."
-남궁민 씨와 '톰과 제리' 케미스트리도 재밌었어요. "호흡이 좋았어요. 사실 난 내가 연기한 걸 잘 못 봐요. 객관성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보더라도 방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남궁민 배우와 의견을 많이 교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너무 잘하니까 시너지가 났어요. 고마운 파트너예요. 그리고 남궁민 배우의 목소리를 너무 좋아해요. 그런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는 않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 있어요. 작품 내내 많은 배려를 해줬어요." "
-흥행 기운이 심상치 않아요. KBS 2TV '태양의 후예'(2016) 이후 출연한 드라마가 다 성공했어요. "그럴만한 작품에 들어간 것 같아요. 운이 좀 좋았어요. 내가 변한 건 사실 많지 않아요. '태양의 후예' 이전에도 연기를 했었는데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게 되고 그런 영향으로 좋은 조합에 갈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앞으로도 주연에 대한 욕심이 있을까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연기를 해야 할 게 많으니까요. 내가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전환점이 된 작품을 꼽는다면요. "'태양의 후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연기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질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좀 더 뇌리에 남을 수 있었죠. 그런 차원에서 이 작품을 꼽은 것이지 다른 작품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물론 앞으로 계속 연기생활을 해나가면서 달라질 수는 있겠죠. 'SKY 캐슬'로 상을 받았잖아요. 이 작품 역시 내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tvN '도깨비' 속 간신 박중헌 역으로 '파국이다'란 유행어를 얻었죠. "그때 분장을 한번 하면 굉장히 오래 걸렸는데 내 모습이 확 달라지는 게 좋고 재밌더라고요. 코리아드라마어워즈란 시상식에 간 적이 있어요. 수상해서 소감을 말하려고 했는데 관객석에서 '파국이다'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당황해서 준비했던 소감도 다 잊어버렸어요. '아니에요. 파국 아니에요' 이렇게 반응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유행어가 아무나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다시 기회가 온다면 '감사합니다. 내 유행어에요' 이렇게 얘기할 거예요."
-드라마 하면서 유행어가 생기기 쉽지 않잖아요. "파국이란 말 자체가 부정적이긴 하지만 '차파국'이란 호칭이 붙는다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잖아요. 일부러 떨쳐내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김은숙 작가가 'SKY 캐슬'을 보고 연락했다고요. "잘 봤다고, 재밌다고 했어요. 끝나면 맛있는 거 사겠다고 했죠. 근데 '닥터 프리즈너'를 바로 하게 되었어요. 작가님도 지금 새 작품을 집필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집필 중인 신작에서 또 만나는 거 아닐까요. "아직 연락이 없네요.(웃음) 배우로서 너무나 하고 싶은 대본이기 때문에 하게 된다면 영광이죠. 그런데 모르겠어요. 만일 작가님이 날 생각했더라도 고민이 깊을 것 같아요. 박중헌('도깨비')도 했고 일식이('미스터 션샤인')도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