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에 합류한 탕기 은돔벨레. 사진=토트넘 홈페이지 '구두쇠' 대니얼 레비(57) 토트넘 회장이 드디어 지갑을 열었다.
지난 두 번의 이적 시장을 빈손으로 마무리했던 토트넘이 오랜만에 선수 영입에 나섰다. 지난 2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리즈 유나이티드의 윙어 잭 클라크(18)를 영입한 데 이어 3일에는 프랑스 리그앙 올랭피크 리옹의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23)를 영입했다. 은돔벨레와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 6년으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리옹 구단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그의 이적료는 6000만 유로(약 791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옵션 등을 포함하면 금액은 더욱 커져,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은 은돔벨레의 몸값이 토트넘의 클럽 레코드인 6300만 파운드(약 929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은돔벨레보다 먼저 영입한 클라크는 아직 10대인 만큼 2019~2020시즌 임대 신분으로 리즈에서 계속 뛰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2(2부) 아미엥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은돔벨레는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 준 젊은 미드필더로, 2017년 8월 리옹으로 임대됐다가 2018년 여름 완전히 이적했다. 2018년 10월에는 프랑스 A대표팀에 데뷔, 6경기에 나서며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리그와 대표팀에서 능력을 증명한 은돔벨레는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유벤투스 등 여러 빅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결국 토트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토트넘의 은돔벨레 영입이 관심을 모으는 건, 빅 클럽 간의 박진감 넘치는 영입 전쟁의 결과기 때문만은 아니다. 토트넘은 2018년 1월,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루카스 모라(27)를 영입한 뒤 이번 여름까지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고 버텼다. 새 홈구장인 홋스퍼스타디움의 건설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영입 없이 버티는 사이에도 토트넘은 구단 사상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 가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레비 회장도 끝까지 지갑을 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난 시즌 도중 무사 뎀벨레(32)가 중국으로 떠나면서 미드필드진의 두께가 급격히 얇아졌다. 잦은 부상에 신음하는 빅터 완야마(28)는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무사 시소코(30)가 홀로 버텨 내느라 불안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크리스티안 에릭센(27)의 이적설까지 겹치며 전력 보강이 불가피해졌다. 영입 선수 하나 없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그치면서 팬들이 느낀 불만과 아쉬움을 달래 주는 효과도 '덤'으로 따라붙었다.
수천 억에 달하는 이적료가 오가는 EPL에서, 1년 6개월 동안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토트넘이 리그 '빅4'에 입성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건 놀라운 일이다. 해리 케인(26)의 부상 속에서 손흥민(27)이 고군분투하며 시즌 막판까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얇은 선수층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은돔벨레를 시작으로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레비 회장의 지갑이 조금 더 열린다면, 2019~2020시즌 토트넘에 대한 기대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