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다. 코미디 연기의 대가들이 이번엔 정통 오컬트 공포물로 의기투합했다. 믿고보는 연기파 배우들의 작정한 '변신'이다. 장르 불문, 어떤 연기든 소화해내는 배성우와 성동일이 만났다.
16일 서울 CGV압구정에서는 영화 '변신(김홍선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홍선 감독과 배성우·성동일·장영남·김혜준·조이현·김강훈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스릴러다. 기존의 공포영화들이 악마에 빙의되거나 악령, 또는 혼령이 깜짝 등장하는 식이었다면, '변신'은 가족으로 변한 악마가 가족을 교란시켜 가는 과정을 통해 차별점 있는 공포 세계로 안내한다. 김홍선 감독은 "제작자와 작가에게 시나리오 원안을 받았다. 기획이 너무 좋았고 재밌게 읽었다. 임팩트 있는 부분들도 인상적이었다. 그 원안을 놓고 각색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배성우·성동일·장영남 배우를 염두하며 썼다. 원했던 배우들이 캐스팅 돼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훌륭한 연기는 당연하다.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분들이 너무 해석을 잘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실제 가족같은 느낌도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말 가족 같더라. 시나리오의 완성은 배우 분들이 해줬다"고 거듭 고마워 했다.
이에 배성우는 '충무로 악마 감독'이라는 김홍선 감독의 애칭(?)에 공감하며 "집요함이 정말 엄청나다. 귀여운 외모를 가졌는데 가끔 이상한 귀여움으로 가는 것 같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반드시 잡는다' 이후 김홍선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된 성동일은 "내가 '사채빚이 있지 않는 한 김홍선 감독과는 다시는 같이 안할 것이다'는 마음이 있었다. 근데 가족 이야기면 나 아닌가 싶어서 하게 됐다. 애들 사교육비도 필요하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 "아마 김홍선 감독이 대한민국 영화감독 중에 가장 눈물이 많을 거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렇게 많이 울더라. 배우가 고생하는 거 보고 울고, 영화 스토리에 울었다. 아주 여린 분이다"며 "사실 '반드시 잡는다' 때보다 더 즐겁게 잘 찍은 것 같다. 김홍선 감독과 은근 코드가 잘 맞는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번 영화에서 배성우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에 시달리는 형 강구(성동일) 가족의 소식을 듣고 이들 집에 방문하는 구마사제 중수 역할을 맡았다. '변신'을 이끈 주연으로 강렬한 열연을 펼쳐낸 것은 물론,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까지 꾀할 전망이다.
형 강구로 분한 성동일은 데뷔 후 처음으로 공포 장르에 도전, 기대감을 높인다. 강구는 이사 온 이후부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옆집 남자부터 집에서도 기이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본능에 눈을 뜨는 인물이다.
성동일은 "오컬트 영화, 미스터리 시나리오라고 이야기를 하길래 믿고 받아 봤는데, 결국 가족 이야기더라. 근데 시나리오가 참 좋았다"며 "주로 해외 오컬트 장르를 보면 목적없이 악마가 나타나거나 있어도 단순하게 표현된다. 그런데 '변신'은 다르다. 밑도 끝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피를 흘리지 않는다. 가족을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이면서 신선한 이야기라 좋았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강구의 가족으로는 아내(장영남), 첫째(김혜준), 둘째(조이현), 막내(김강훈)가 함께 한다. 장영남은 "'변신'은 한국 공포 영화에 새롭게 반격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스토리와 촘촘한 짜임새를 지녔다"며 "이런 장르(공포)에서는 배우가 연기를 좀 잘 할 수 있게 멍석을 많이 깔아줘야 한다. 그런 역할을 김홍선 감독님이 많이 해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동일은 "언제 그랬냐"고 되물었고, 배성우는 "김홍선 감독은 멍석말이 담당이다"라고 거들어 시시때때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작들에서 각종(?) 딸들을 만나며 남다른 부녀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성동일은 '변신'에서 딸로 분한 김혜준, 조이현에 대해서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 두 딸이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너무 힘들어 울면서 연기할 정도였다"며 "두 딸 말고도 다른 딸이 또 있다. 가족 구성원은 아니지만 딸들과 또래 배우다. 여배우들이 많이 고생했다.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극찬했다.
배성우와 성동일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 오랜시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센스 넘치는 입담만큼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다소 강하게 인식돼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변신'에서는 반전 매력을 선보일 전망. 배성우와 성동일의 변신이 기대되는 '변신'은 내달 21일 관객과 만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