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2)이 꾸준히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사이영상 포인트'의 상승과 하락에도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류현진은 괴물 같은 한 달을 보냈던 지난 5월부터 ESPN이 집계하는 사이영상 포인트 1위를 지켜왔다. 2위의 얼굴이 꾸준히 바뀌었을 뿐, 부동의 1위는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4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하면서 끝내 맨 앞자리를 내줬다. 2위를 유지하고 있던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가 잠시 추월한 데 이어 워싱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다시 커쇼를 3위 자리로 밀어내고 1위 자리로 올라섰다. 류현진은 계속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류현진은 또 다른 사이영상 예측 지수인 '톰 탱고 포인트'에서도 역시 2위다. 이 포인트 순위에서는 스트라스버그가 아닌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이 1위, 워싱턴 맥스 슈어저가 3위에 각각 올라 있다. 스트라스버그는 4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두 포인트 모두 류현진이 2위라는 사실만 동일할 뿐, 1위와 3위의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집계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어서다.
ESPN 사이영 상 예측은 야구 통계의 선구자인 빌 제임스와 ESPN 칼럼니스트 롭 네이어가 함께 수립한 공식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투구 이닝, 자책점, 탈삼진, 승패 수 등을 자체적으로 만든 복잡한 공식에 대입하고, 소속팀이 지구 1위에 올라 있을 경우 승리 보너스 12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다저스가 오랜 기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지키고 있기에 류현진은 매번 보너스 점수를 얻었다. 커쇼가 이 포인트에서 유독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같은 집계 방식으로 인해 종종 마무리 투수들이 높은 점수를 얻기도 한다. 류현진의 팀 동료 켄리 잰슨도 시즌 초반 한때 ESPN 사이영상 포인트 2위를 달린 적도 있다. 다만 불펜 투수가 사이영 상을 수상한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 2000년 이후 양대 리그 수상자를 모두 합쳐도 2003년 내셔널리그의 에릭 가니에(LA 다저스·55세이브)가 유일하다.
반면 톰 탱고 포인트는 ESPN 예측보다 훨씬 쉬운 계산법을 쓴다. 투구 이닝을 2로 나눈 수치에서 자책점을 빼고, 여기에 탈삼진을 10으로 나눈 수치와 승수 등 세 항목을 더해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이 적고 탈삼진과 승수가 높을수록 점수를 많이 얻게 된다.
한 통계 사이트는 "2006년 이후 사이영상 수상자 예측에서 톰 탱고 포인트가 ESPN 포인트보다 적중률이 높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양대리그 수상자 10명 가운데 8명이 톰 탱고 포인트에서 1위에 올랐다.
물론 사이영상 포인트는 재미 삼아 지켜보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수상자는 어차피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로 구성된 투표인단이 결정한다. 세부 성적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매년 각 리그 15개 구단의 연고지역에서 팀당 두 명씩 대표로 투표할 기자가 선정되고, 그렇게 꾸려진 30명이 해당 리그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 자체는 정규시즌이 끝난 직후에 진행되지만, 수상자는 월드시리즈가 끝나야 발표된다. 포스트시즌 경기 내용이 투표에 영향을 주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투표는 1위부터 5위까지 투수 다섯 명에게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위 표 득점이 7점으로 가장 높고 2위 표는 4점, 3위 표는 3점, 4위 표는 2점, 5위 표는 1점이 각각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