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하선(31)이 올여름 채널A 금토극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멜로퀸'에 등극했다. 극심한 외로움 속 살아가던 중 이상엽(윤정우)을 만나 '불륜'이라는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손지은 역을 소화했다. 3년 만에 브라운관 컴백이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박하선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배우 류수영과 결혼을 했고 딸을 출산했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가 된 그녀.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쉬는 동안 일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누구보다 느꼈다는 박하선은 종영 직후 인터뷰였음에도 "일을 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외쳤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채널A 드라마 역사를 새롭게 썼다. 시청률 2%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금, 토요일 심야 다크호스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지만 원작을 씹어먹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한국화가 잘 된 작품이었다. 박하선은 진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내레이션까지 소화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주변의 반응이 정말 뜨겁지 않았나.
"SNS에서 DM이 그렇게 온다. 아주머니들은 굉장히 정갈하게 글을 쓴다. 그런 글도 너무 감사하고 주변 여성분들 반응이나 헬스장 반응, 여배우들 반응을 통해 인기를 체감했다. 친구들도 너무 좋아했는데 세상에 윤정우 같은 남자 없다고 했다. 다 살다 보면 똑같지 않을까 싶다. 시청자 댓글 중 '나는 이번 남편이랑 살래요. 저런 설렘을 남편에게서 느껴보렵니다'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명장면을 꼽는다면.
"15회 엔딩은 지은이가 처음으로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지은이가 답답하다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살다 보면 말싸움을 하게 되고 싸움을 피하기 위해 참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분란을 만들기 싫어 참고 얘기 안 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유일하게 터진 장면이 바로 15회였다. 일하느라 신이 나서 힘든 걸 몰랐는데 이 신은 찍자마자 다신 세트장에 오고 싶지 않더라. 다행스럽게도 그 신이 세트장 마지막 신이었다. 끝나고 도망치듯 나왔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3년 공백 후 복귀하니 촬영장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현장이 젊어졌다. 누나, 언니, 선배님 소리를 30대에 이렇게 많이 들을 줄 몰랐다. 예전엔 연기만 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책임감을 가지고 스태프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하고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20대 때보다 체력적으로 힘든데 한 번씩 밤을 새우면 미쳐서 웃고 그랬다."
-직업에 대한 소중함도 커진 것 같다.
"직업 자체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가면 식당에서 서비스 주고 연예인이라고 반가워해주고 그런다. 너무 좋은 나라에 좋은 직업으로 사는 것 같다. 감사하더라. 60대가 정년인데 배우는 정년도 없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죽을 때까지 내 직업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나와 안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함을 느꼈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내레이션을 소화하는데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오세연'은 내레이션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안 됐다. 편집본을 보면서 녹음을 해야 하더라. 감정신이 많아서 2시간 이상 따면 목이 쉰다. 2시간 이상 하지도 못하기에 매주 내레이션을 녹음하러 갔다. 매니저도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해 쉬는 날까지 반납하고 도와줬다."
-파트너 이상엽은 어땠나.
"여성들의 로망이 됐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 뿌듯하다. 오빠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게 있다. 동생 같거나 어려 보이는 게 아니라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남자인 것이다. 남배우가 여배우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요즘에 많이 벌기도 하지만 회식비를 자주 쏜다. 그만 좀 내라고 할 정도다."
-연기적인 합도 좋았다.
"일단 편했다. 열려 있었다. 열려 있지 않으면 대화도 잘할 수 없다. 근데 오빠는 항상 '이거 어때요?' 이렇게 먼저 물어보곤 했다. 배려가 많았다. 고마웠다. 이상엽 아닌 유정우는 상상도 못 하겠다. 남편 역을 소화했던 정상훈 선배님도 마찬가지다. 진짜 접신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했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 나만 잘하면 될 것 같았다."
>>인터뷰③에 이어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키이스트, 채널A, 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