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이하 '세젤예') 속 강미혜로 분한 김하경을 만났다. 드라마에선 철없고 애교 많은 성격으로 시청자들을 화나게도, 짠하게도 만들고 있다. 실제론 연기자가 되려고 고3 때 홀로 상경해 2년간 고시원 생활을 한 야무진 첫째 딸이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연기자가 될 줄 알았던 20대 초반부터, 졸업 후 하나둘씩 활동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며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던 20대 중반까지. 그래서인지 강미혜에 더욱 공감하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강미혜의 상처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게 됐다는 김하경이다. 대중의 쓴소리 중에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새겨들으며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28세에 데뷔했다. 또래들보다 늦은 편인데. "어릴 땐 연극영화과에 가면 자연스럽게 배우가 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입학하고 보니 어떻게 활동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수업은 없더라. 학교에 다니면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활동했더라. 그래서 일단은 대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연출 전공 친구들이랑 작업을 많이 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학교에 다니면서 3학년 때쯤 외부활동을 하려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진짜 내가 소속된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이 들었다. 근데 그건 다른 연영과 친구들도 그렇고, 그냥 취업 준비생들도 그렇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준비하는 것 같다."
-졸업하고 데뷔하기까지 공백기는 어떻게 견뎠나.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있었던 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게 나한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그 전엔 다른 친구들이 활동하는 걸 보면서 시기하기도 했는데, 다른 사람을 인정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됐다."
-강미혜의 상황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겠다. "그래서 이 역할이 좋았다. 책을 내고 나서 잊히고 그다음부터는 책도 못 내고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구박받으면서 자격지심, 열등감으로 피해 의식을 가지는데 그게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는 나왔는데 하는 것도 없는. 시청자들이 '쟤는 왜 하는 것도 없으면서 화내고 짜증 내냐'고 할 수 있는데, 미혜의 속상하고 아픈 마음을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가 관심을 받는 만큼 질타도 많이 받았다. "일일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여전히 많이 혼나고 있다는 걸 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많이 걱정했다. 그런데 감독님이나 작가님, (드라마의) 언니들, 엄마 모두 내게 많은 힘이 되어줬고 믿어줬고 많이 도와줬다. 그런 감사한 분들을 생각하면 좌절하고 기죽어있으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표현을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에 더 집중했다. 또 댓글 중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은 새겨들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처음에 현장에 적응이 안 돼서 힘을 많이 넣고 연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댓글에서도 '힘을 빼라' '과장하지 마라' 이런 지적을 많이 했다. 사실 캐릭터가 톡톡 튀는 캐릭터라서 조금 더 오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이 그걸 지적하니까 그 선을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건 빨리 내려놓고 고치려고 했다."
-인기 드라마에 나오며 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청률을 떠나서 이 작품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도, 또 비판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부족한 걸 받아들일 수 있고 개선할 수 있고 그러면서 항상 발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