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이하 '세젤예') 속 강미혜로 분한 김하경을 만났다. 드라마에선 철없고 애교 많은 성격으로 시청자들을 화나게도, 짠하게도 만들고 있다. 실제론 연기자가 되려고 고3 때 홀로 상경해 2년간 고시원 생활을 한 야무진 첫째 딸이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연기자가 될 줄 알았던 20대 초반부터, 졸업 후 하나둘씩 활동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며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던 20대 중반까지. 그래서인지 강미혜에 더욱 공감하고,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강미혜의 상처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게 됐다는 김하경이다. 대중의 쓴소리 중에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새겨들으며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복은 얼마 만에 입는 건가. "드라마 촬영할 때 과거 회상신에서 입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입고 지금 입어본다. 평소에는 명절 때도 잘 안 입었다. 어릴 때도 언제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다. "추석 땐 촬영이 없어서 전주에 내려가서 가족들을 만난다. 촬영이 추석 끝나고도 있을 것 같아서 내려갔다가 다시 와야 한다."
-언제부터 혼자 살았나. "고3 때 입시를 하려고 올라와서 혼자 일산에 있는 고시원에 살았다. 재수해서 스무 살 때까지 고시원에 살았는데, 고시원 사는 게 정말 힘들었다. 거의 학원에만 있고 고시원에서는 잠만 잤다."
-많이 외로웠겠다. 어떻게 버텼나. "그때 당시엔 지방에서 연기를 배울 방법이 흔치 않았다. 사람이 많지도 않아서 학원도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혼자 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던 것 같다. 어렸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연기자를 꿈꾸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 때 연극부 활동을 했다.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데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게 희열이 있었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연극제에서 상도 받았고, 선생님들이 권유하면서 고3 때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서울에 올라왔다."
-부모님도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아버지는 반대를 많이 했다. 예체능이 힘든 걸 아니까 처음부터 반대했는데, 어머니는 풍족하게 지원해주진 못하더라도 응원해주는 편이었다." -'세젤예' 오디션은 합격을 예상했는지. "나도, 회사도 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세 번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어차피 안 뽑히면 다시 안 볼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 없이 봤다. 편하게 봐서 더 결과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합격 이후 소감은. "불안했다. 캐스팅된 이후에도 바뀌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대본 리딩 이후에도 바뀐다고 들어서 계속 불안한 마음이었다. 첫 촬영 전까지, 촬영하면서도 불안했다. 그냥 멋모르고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던 탓에 힘이 들어갔다.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데뷔한 후엔 아버지의 마음도 바뀌었을 듯. "작게나마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좋아한다. 그래도 처음엔 힘들면 그만하고 내려와도 된다고 했었다."
-'세젤예' 가족들과 진짜 가족처럼 잘 지내던데. "언니들이 진짜 언니들 같고, 엄마도 진짜 엄마 같다. 지금 드라마에서 엄마가 아픈데 그게 진짜 엄마가 아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언니들도 진짜 친언니들같이 잘 챙겨준다."
-선배들이라 어렵진 않았나. "처음엔 어려웠다. 나는 너무 신인이고, 언니들은 경력도 많고 유명한 배우니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언니들이 먼저 나한테 번호도 물어보고, 먼저 말 편하게 하라고 하고, 계속 챙겨주면서 연락도 먼저 해줬다. 그러니까 점점 편해지고 진짜 언니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언니라고, 엄마라고 부르게 됐다. 정말 큰 복을 받았다."
-선배들과 함께하며 배운 것도 많을 텐데. "그냥 보기만 해도 많이 배운다. 또 언니들이 해줬던 말 중에 '연기할 때 상황에만 집중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건 상황에 적응을 못 하고 빠져나가기 때문인데, 카메라가 정말 무섭다. 잠깐만 딴생각을 해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이더라. '상대방의 눈을 보고하는 말을 듣고 반응하면 된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