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 존재감을 발휘했다. 시즌 내내 바닥을 쳤던 베테랑 오재원(34)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무대에서 날았다.
오재원은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5안타 3타점으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5회 역전 적시타, 연장 10회 결승 득점을 기록하며 11-9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2016년 이후 3년 만이자 구단 역대 여섯 번째 KS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4차전 타순 변동을 가져갔다. 타격감이 좋은 오재일과 김재호, 박세혁을 각각 3번과 6번, 7번에 전진 배치했다. 하위타선인 8번에 허경민 그리고 9번에 오재원을 넣었다. 1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오재원은 2차전 대역전극의 시발점이 된 9회 2루타를 때려냈다. 3차전에선 첫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4타수 1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김 감독은 최주환의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다는 판단하에 4차전 선발 2루수로 오재원을 선택했다. 하위 타선과 상위 타선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기대했다.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줬다. 오재원은 첫 타석부터 적시타를 때려냈다. 2-2로 맞선 2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키움 선발 최원태를 공략해 우중간 안타로 허경민의 득점을 도왔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유격수 땅볼 아웃. 그러나 7회 다시 한 번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7-8로 추격한 2사 만루 기회에서 상대 불펜 김상수의 초구를 공략해 좌중간 안타로 타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 두산은 오재원의 적시타로 9-8 승부를 뒤집었다. 7회 1사 1루 위기에선 서건창의 내야 땅볼을 병살 수비로 연결한 뒤 포효했다. 결정적으로 연장 10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때려냈고 2사 3루에서 나온 오재일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오재원은 올해 초반 극심한 부침으로 긴 슬럼프를 경험했다. 시즌 타율이 0.164(177타수 29안타)로 2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2군에 내리지 않고 1군에서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주장으로서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KS에서도 그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주전 2루수는 최주환이 유력했다. 기껏해야 경기 막판 대타나 대수비였다.
하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입지를 넓혔고, KS 4차전에서 벼락같은 스윙 두 번으로 타점을 쓸어 담았다. 수비도 만점. 베테랑은 '베테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