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우리은행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뒤를 이을 차기 우리은행장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베일에 가려진 후보군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공개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우리은행장 선임에 대한 본격 논의가 시작된다. 지난달 말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로 손태승 회장을 단독 추천하고, 손 회장의 연임 후 은행장을 별도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번 행장 분리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인한 제재로 은행장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손태승 회장은 향후 우리금융의 숙원인 완전 민영화 및 증권사·보험사 대형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등 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관리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선임될 은행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한 고객 중심 영업, 내실경영에 기반을 둔 은행 영업력 강화 및 리스크 관리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곧 새로운 임추위를 구성하고 차기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사내이사 자격으로 임추위 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내부인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지주 체제로 출범한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은행 중심이라서 손 회장과 차기 은행장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지난해 회장 후보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에 포함했던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 이동연 우리FIS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양대 부문을 이끄는 정채봉(영업부문)·김정기(영업지원부문) 집행부행장과 지주사 부사장 등 내부 인사들도 얘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장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맡아왔다. 현재 손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관례상 다음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인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이나 김정기 부행장이 맡게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사장과 김 부행장이 손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는 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조 사장은 과거 손 회장이 수장이 된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영업부문장으로 발탁했던 인사다. 조 사장은 우리은행에서 업무지원단 상무, 기관그룹 부행장, 영업지원부문 부문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 2018년 말 우리종금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우리종금의 실적을 개선,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종금의 당기순이익은 3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86억원) 대비 25.17% 증가했다.
김 부행장 역시 손 회장의 임기 동안 우리은행의 대외협력단·업무지원그룹 상무를 거쳐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상당 기간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인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은 은행장을 비롯한 자회사 CEO 인사와 함께 부문·조직개편도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가 적어 자산의 90%를 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로 우리은행장의 권한이 막강해 손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하기 어렵고, 그룹 모든 인사는 이번 달 안에 완료하는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