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스토브리그가 막을 올린 뒤 "내부 FA(프리에이전트)는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했다. 구단은 대외적으로 밝힌 이런 입장과 달리 실제 협상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성과도 전혀 없다.
KIA의 이번 내부 FA 대상자는 안치홍(30)과 김선빈(31) 두 명이었다. 결과적으로 안치홍은 지난 6일 롯데와 2+2년 최소 25억 원에서 최대 56억 원의 계약 조건에 사인, 입단 12년 만에 KIA를 떠났다. 김선빈은 아직 협상 중이다.
KIA는 내부 FA와 협상에서 소극적이었다. FA 시장이 개장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선수 측에 제대로 계약 조건을 내밀지 않았다. 다소 이례적이다. 대개 FA 협상 때는 구단이 먼저 계약 기간이나 총액을 선수 측에 제시하면, 이후 간극을 좁혀가며 계약서에 사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준급의 FA 신청자이거나 구단에서 "FA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사가 강할수록 더더욱 그렇다.
KIA와 선수 측이 만난 건 지금까지 6~7차례 된다. 하지만 건설적인 만남은 전혀 아니었다. KIA는 내부 회의 등을 통해 계약 규모를 책정했겠지만, 선수 측에 구체적인 계약 조건 제시는 줄곧 미뤄왔다. 일단 양측이 원하는 조건에 대해 대화가 오가야 간극을 좁혀 나갈 텐데 그런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12월 중순 한 차례 만난 뒤, 신년 초까지 보름 넘게 연락이나 만남조차 성사되지 않았다.
오히려 구단에선 "선수 측이 먼저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 대략적인 조건은 뉘앙스로 풍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FA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아닌 "둘 다 잡겠다"라고 밝혀왔기에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조계현 KIA 단장은 FA 협상 테이블에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단에서도 협상 전략을 언론에 밝힐 순 없겠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단에 유리하게 작용해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사이 안치홍은 롯데로 떠났다. 롯데 구단은 위험부담을 줄였고, 선수는 '2년간의 활약을 통해 다시 대우를 받겠다'는 식의 합리적인 계약으로 평가받아 KIA의 협상력에 더욱더 아쉬움을 남긴다.
10년 넘게 타이거즈에 몸담으며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이끈 안치홍과 김선빈으로선 계약 조건과 포지션 문제를 떠나 구단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감이 가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FA 계약에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KIA의 협상 자세는 선수 측을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안치홍의 FA 이적으로 KIA의 내야진은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김선빈마저 놓칠 경우 내야진은 물음표가 한가득하다. 박찬호는 이제 풀타임 내야수로 첫 시즌을 보냈고, 뚜렷한 백업 자원도 없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아 의욕적인 출발을 알린 맷 윌리엄스 감독에게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어급 프리에이전트가 없었지만 이번에 FA 시장 빅4 가운데 안치홍, 전준우(롯데, 4년 34억 원) 오지환(LG, 4년 40억 원)은 계약했고, 김선빈은 아직 미계약자로 남아 있다. 또한 시장에 나온 19명 가운데 계약자는 8명 밖에 없지만, 내부 FA를 놓친 구단은 KIA가 유일하다.
KIA는 안치홍의 롯데 이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그제야 김선빈 측에 FA 계약 규모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