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들이 소비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룹 존속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이른바 '팬슈머'(팬+컨슈머)로 불리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앞에서는 첸의 엑소 탈퇴를 요구하는 팬 수십 명이 모여 시위를 진행했다. '첸 탈퇴해' 플랜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단체 행동을 벌였다. 첸의 혼전임신과 결혼 발표에 분노한 팬들은 첸의 포스터와 굿즈를 한켠에 쌓아두고 침묵시위를 펼쳤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엑소 유료 팬클럽인 EXO-L ACE 연합은 "지금까지 이어온 엑소의 명성과 앞으로의 활동에 방해되는 멤버 첸의 갑작스럽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2차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앞선 성명문을 통해 멤버 첸의 엑소 퇴출, 엑소 단체 활동 계획 중 첸의 발표로 인해 불발되거나 변경된 부분이 있다면 공지할 것, 아티스트 보호 및 포털 사이트 검색어 관리 등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첸이 공식 팬 커뮤니티에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여자친구가 있다. 축복이 찾아왔다"고 손편지를 남긴 후로, 엑소 팬덤 내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엑소에게 '유부남'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며 당장 팀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첸의 결혼을 축하하고 개인의 행복을 응원한다며 9인의 엑소를 지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입장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소비자로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팬덤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애감정으로 스타를 응원하는 팬은 드물다. 소비자이자 투자자로 컨텐트에 직접 관여하며 일종의 프로듀서 역할도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에게 '프로듀서' 역할을 부여하며 오디션 신드롬을 이끈 Mnet '프로듀스' 측은 최근 엑스원 해체로 역풍을 맞고 있다. 엑스원 재결성을 요구하는 팬덤은 "CJ ENM은 엑스원 해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회피한 채로 K팝 문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CJ ENM의 이러한 태도에 많은 해외 K팝 팬들이 신뢰를 잃었고, CJ ENM의 K팝 문화 사업에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해외팬들이 자필 서명서를 통해 CJ ENM이 개최하는 KCON에 대해 불매 의사를 전달해왔다"면서 해외 팬들의 서명이 담긴 자료를 보도자료로 첨부했다. LED 트럭 시위와 코엑스 전면 광고를 내거는 등 대대적인 시위를 펼치고 있어 해외 언론에도 보도됐다. 22일에는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CJ ENM 사옥에서 엑스원 해체 책임을 회피하는 CJ ENM을 규탄하고, 새그룹 결성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한다. 이들에 따르면 팬 인증을 완료하고 참석 의사를 밝힌 내외국민 인원은 약 350여 명이며 부산, 대구, 광주, 마산, 창원, 김해 지역에서 차대절을 통해 시위에 참석하는 팬들도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은 팬슈머를 2020년 트렌드 키워드로 꼽았다.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 브랜드, 스타를 키워내고 싶어 한다"면서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구매도 하지만,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