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019시즌에 5강 진입을 노리는 팀으로 도약한 이유는 마운드 전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차기 시즌도 막아 내는 힘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이강철 감독이 KT에 부임한 뒤 잠재력만 있던 젊은 투수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무리캠프부터 옥석 고르기에 돌입했고, 스프링캠프에서 보직 구상을 마쳤다. 시행착오와 부상 변수는 있었지만, 탄탄한 허리진과 뒷문이 구축됐다는 평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이 감독은 "올 시즌도 마운드는 나쁘지 않다"고 자신한다.
경험과 자신감을 얻은 기존 전력에 새 얼굴까지 가세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단 1선발을 기대할 수 있는 새 외인이 합류했다. 쿠바 출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 메이저리그에서 363이닝을 소화한 투수다. 11승 투수인 지난 시즌 외인 라울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얻은 투수다. 이숭용 단장은 "알칸타라보다 더 많은 승수를 올릴 수 있는 투수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5강 진입 기틀을 만든 KT는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판단했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15승 이상 안겨줄 투수를 선택한 것.
투손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데스파이네는 지난 5일(한국시간) 진행된 첫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속구 15개, 변화구 7개를 던졌다. 선수는 100% 몸 상태를 자신하면서도 제 실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나를 믿어달라"는 말만 했다. 그러나 훈련장을 방문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이제 첫 불펜 투구인 점을 감안해도 시속 150km대 속구를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보인다"는 평가를 했다. 공을 받은 KT 포수 허도환은 "확실히 공의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데스파이네는 "지속적인 KT에 관심에 한국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두산 외인 호세 페르난데스 주니어의 추천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구위, 변화구 구사에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나는 팀워크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 포스트시즌 특유의 에너지를 받고 싶기 위해서 내 몫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주장 유한준이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예의가 바른 한국의 문화도 알고 싶다"는 의지도 전했다. 연착륙을 예고 했다.
KT 새 외인 데스파이네(맨 오른쪽)가 강렬한 KT 입단 신고식을 치렀다. KT 제공 데스파이네만큼이나 기대를 모으는 새 얼굴은 신인 소형준(19)이다. 유신고 출신 2020 1차 지명 투수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청소년아시아선수권 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그는 두 차례 소화한 불펜 피칭을 통해 지도자, 포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소문만 무성한 빈 껍데기가 아니었다는 평가. 주전 포수 장성우는 "이 정도로 확신을 주는 스무 살 투수의 공은 드물다. 여느 신인과는 기백이 다르다"고 했다.
2019시즌 신인왕 강백호가 등장했을 때 다수 야구 전문가는 "타격은 완성형이다"고 했다. 소형준을 향한 평가도 비슷했다. 투구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도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소감을 묻자 "좋다"며 단순하고 명확한 한 마디를 남겼다. 5선발 경쟁 구도에 파장을 일으킬 신인으로 보고 있다.
허리진도 강화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베테랑 불펜투수 이보근(34)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6~2018시즌에 67홀드를 기록한 투수다. 2019시즌에는 부진했고, 전 소속팀 키움의 전력에서 제외됐지만, KT 코칭 스태프는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로 판단했다. 선수의 반등 의지도 확인했다.
이강철 감독은 "정성곤, 주권, 김재윤 그리고 마무리투수 이대은이 지키는 뒷문을 더 두껍게 만들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스프링캠프를 통해 활용도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새 동료들과 훈련하며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줬다. 후배들을 독려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