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브랜드가 장악했던 세단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 "인테리어 품질은 어떤 경쟁 모델에도 뒤지지 않는다." 제네시스가 7년 만에 선보인 3세대 G80에 대한 외국언론들의 평가다. 국내에서도 "7년의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느낄 수 있다" "수입 고급 세단 안 부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연이은 호평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달 30일 출시 하루 만에 2만2000대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작년 연간 판매량과 같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차종 가운데 역대 최다 첫날 계약 건수이기도 하다. 이날 전국 대리점에서는 빨리 계약을 넣어달라는 고객들의 주문이 폭주해 계약 프로그램이 한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국내 고급 세단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G80을 직접 만났다.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카페까지 왕복 80㎞를 달려봤다.
쿠페형 디자인 눈길
3세대 모델인 G80은 외관부터 정말 많이 바뀌었다. 디자인부터 제네시스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변경됐다. 전면에는 방패 모양의 그릴과 GV80에서 봤던 '두 줄' 짜리 쿼드 램프가 적용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쿠페형'을 채택한 측면과 후면 디자인이다. 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G80의 곡선은 고급 세단임과 동시에 역동적인 차량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경쟁차인 BMW의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의 스포티한 감각에 아우디 A7과 벤츠 CLS의 매끈한 세련미를 더한 느낌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로 가득 채웠다. 대시보드는 물론 차량 문, 스티어링휠 등 모든 곳에 가죽을 사용했다. 고급 세단의 덕목과 같은 원목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다양한 차체 색상도 G80의 매력 포인트다. 가장 기본적인 흰색·검은색은 물론이고, 와인색·파란색·빨간색 등 강렬한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무광은 회색과 흰색 두 가지인데 특별한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다만 가운데 상단의 14.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석과 거리가 있어 손을 뻗어도 오른쪽 끝은 닿지 않았다. 애초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면 시스템 위치를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틀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매끄러운 주행감 '일품'
이날 시승차는 3.5ℓ 모델. V6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f·m의 힘을 낸다.
주행은 고급 세단답게 부드럽고 매끄럽다. 육중한 차체를 꾸준하게 밀어주는 힘은 좋다. 단 스포츠 모드의 치고 나가는 맛은 다소 떨어진다.
속도를 좀 더 높이자 시트가 허리를 감쌌다. 운전석에 적용된 에르고모션 시트 덕분이다. 7개의 공기주머니를 탑재한 이 시트는 주행 모드별 최적의 착좌감을 구현하고 스트레칭 모드 및 자동 자세 보정 기능으로 운전자의 피로감을 낮춘다.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도 눈길을 끈다. 방향지시등 스위치를 위로 올리자 체감상 1초 정도 지난 뒤 서서히 왼쪽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또 한 번 속도를 지정해두면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그 이상 속력이 나지 않았다. 달리는 차선으로 다른 차량이 끼어들면 즉각적으로 속력을 줄였다. 자동차가 아니라 최첨단 IT기기를 만난 느낌이다.
다만 연비는 아쉽다. 시승 모델의 공인연비는 8.4㎞/ℓ이지만 시승을 마치고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6.7㎞/ℓ였다.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도심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쉬운 수치다.
가격은 가솔린 2.5 터보 엔진이 5247만원, 가솔린 3.5 터보 엔진이 5907만원부터 시작한다. 디젤 2.2 엔진은 5497만원부터다. 추가 부담은 소비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