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NC의 시즌 3차전이 열린 21일 잠실 경기. 이 경기는 두산에 악재가 있었다. 3번 타자이자 타격감이 가장 좋던 주전 1루수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주전 2루수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두 선수를 모두 활용했다. 수비가 좋은 오재원은 선발 2루수, 최주환은 오재일의 자리인 1루에 내세웠다.
오재원의 수비는 경기 초반부터 빛났다. 2회초, 선발투수 유희관이 선두타자 노진혁에게 우측 방면 빗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텍사스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오재원이 전력 질주 뒤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잡아냈다. 쇄도 과정에서 모자가 지면에 떨어졌다.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포구해냈다는 의미다..
진가가 드러난 장면도 있었다. 두산이 4-2,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8회초 2사 1루에서 불펜투수 윤명준이 강진성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우익수 박건우가 공을 쫓아 포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그대로 공이 담장으로 흘렀다.
오재원은 이 상황에서 커트맨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박건우의 1차 송구를 받은 뒤 포구와 송구까지 신속하게 연결시켰다. 포구 순간 오른발을 후방으로 밟아 지탱하며 송구에 온전히 힘을 싣도록 만들었다. 정확히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포수 박세혁이 이 공을 잡아내지 못했지만 주자 노진혁을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9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의 강습 타구도 포구하는 순간에 중심이 무너졌지만 앉은 자세로 송구를 해내며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두산은 1-1 동점이던 5회말 공격에서 3득점 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오재원은 상대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쳤다. NC 우익수의 송구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자동 진루권이 주어졌고, 1루 주자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까지 홈을 밟았다. 후속 김재호는 흔들린 투수를 상대로 우중간 적시 3루타를 쳤다. 두산이 이겼다면 오재원이 수훈 선수였다.
그러나 개막 초반 약점으로 떠오른 불펜이 무너졌다. 9회초 1사 뒤 이형범이 만루를 자초했고, 동점 사구와 역전 적시타를 맞았다. 바뀐 투수 최원준도 무너졌다. 두산은 1이닝 9실점이라는 참담한 기록을 남겼다. 6-12로 역전패했다.
안 좋은 분위기로 나선 대구 원정. 오후 11시가 넘는 시간에 이동했다. 정신적인 피로까지 쌓였다. 그러나 삼성에 2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오재원은 두 경기에서 공격도 잘했다. 22일 1차전에서는 2-2 동점이던 3회초에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이 경기 결승타가 됐다. 23일 2차전에서는 2-1, 1점 앞선 5회초 1사 만루에서 신인 투수 황동재를 상대로 우월 만루 홈런을 쳤다. 이 경기는 멀티히트.
시즌 초반 두산의 기세는 예상보다 약하다. 불펜 난조 탓이다. 삼성 원정은 오재일의 부재 속에 치러야 했다. 하위 팀에 잡히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재원이 공수 모두 활력을 불어넣었다. 두산도 상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오재원도 자신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최주환에게 밀려 교체 출전이 많았다. 교체 출전 뒤 쐐기포를 때려낸 12일 사직 롯데전 뒤 목에 담 증세가 생기며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 경쟁력을 확실히 증명했고, 타격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