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019시즌에 치른 첫 40경기에서 13승 27패를 기록했다. 10위였다. 이강철 감독 체제가 출범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했다. 그러나 5월 중순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는 젊은 투수들이 득세했다. 이대은의 부상 공백은 배제성이 메웠고, 금민철이 부진하며 2군으로 내려간 자리를 김민수가 등장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투구를 이어갔다.
불안하던 뒷문도 정비가 이뤄졌다. 김재윤이 맡던 마무리투수는 좌완투수 정성곤이 대신 맡았고, 그가 부침을 겪기 시작할 때는 부상을 다스리고 돌아온 이대은이 자리해 막아냈다. 전·현직 클로저가 필승조로 나서다 보니 박빙 승부도 강해졌다.
야수진도 새 얼굴이 제 몫을 다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주전 선수가 자리를 메웠을 때는 백업 강민국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승욱이 내부 경쟁에 불을 지폈다. 기존 주전과 백업 1옵션 선수들이 긴장하게 됐다.
백업 외야수 조용호가 가장 돋보였다. 그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이제 아빠가 된다. 그러나 조바심 내지 않고 부상을 경계하며 시즌에 임하겠다"고 했다. 5월 초까지 2군을 지켰지만, 콜업된 뒤 이강철 감독이 바라는 작전 야구를 충실히 수행했다. 주포 강백호가 손바닥 부상으로 이탈한 6월 말에는 3번 타자로 고정됐다. KT는 그 시점에 열 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6위까지 올라섰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단 역량을 잘 파악하고 철저한 대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2018년 마무리캠프에서 눈여겨본 선수들이 대거 1군 전력으로 올라섰다.
2020시즌은 개막 셋째 주부터 악재가 쏟아졌다. 주장 유한준이 내전근 근막 파열, 강백호가 손목 통증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롯데와의 개막 시리즈부터 흔들리던 불펜도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
LG와의 치른 지난 주말 3연전이 현재 KT의 상황을 대변한다. 일단 공격력 저하는 우려보다 크지 않다. 평균 6득점을 올렸다. 득점권에서 0.333를 기록했다. 조용호는 상대 투수가 쉽게 공략하기 힘든 타자다. 컨텍트, 작전 수행 능력 모두 좋다. 4번 타순을 선호하지 않던 멜 로하스 주니어는 한 경기에서 좌우 타석 모두 홈런을 때려내는 진기록을 쓰며 무게감 유지에 기여했다.
박경수는 지난주에 타율 0.524를 기록했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542)에 이어 리그 2위 해당하는 기록이다. 유한준이 없는 상황에서 베테랑인 그가 구심점이 됐다. 9번 타자던 배정대는 6번과 2번으로 전진 배치된 뒤에도 자신의 스윙을 했다. 중심 타선의 무게감과 테이블세터의 출루 능력 모두 나쁘지 않다. 강민국, 김병희 등 백업 내야수의 공수 기여도도 기대 이상이다.
문제는 불펜이다. 내부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전력이 예상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마무리투수던 이대은은 지난 22일 LG전을 치른 뒤 2군으로 내려갔다. 8이닝 동안 피홈런 3개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도 2개. 평균자책점은 10.13이다.
스윙맨을 기대했던 김민수도 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24일 LG전 9회말에는 라모스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기도했다. 2년 차 우완 손동현도 2군에 있고, 진화를 예고했던 좌완 박세진은 스프링캠프 초반보다도 컨디션이 안 좋다.
2019시즌은 새 얼굴이 기존 선수의 공백을 차례로 메웠다. 세대교체라는 대의도 동반으로 추구할 수 있었다. 그나마 20대 초·중반 선발 라인인 배제성, 김민, 소형준이 순항하고 있는 점은 반갑다. 그러나 2019시즌처럼 선발과 불펜 보직을 조정할 수 없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좌완 하준호는 검증이 필요하다. 이대은의 자리는 김재윤이 대신 맡았는데, 과거 150㎞(시속)대 강속구를 뿌리며 줬던 위압감은 사라졌다. KT는 개막 셋째 주까지 10구단 가운데 블론세이브(6개)가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