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이 있다면 묻고 싶다. “한화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냐”고. 야구 경영에 특화된 인공지능(AI)이 있다면 역시 묻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한화를 잘 지원할 수 있냐”고.
구체적으로 어떤 답이 나올지 모르지만, 윤곽은 짐작할 수 있다. 한화가 야구를 잘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구단 지원은 전방위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2020년 6월의 한화 야구는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한용덕(55) 한화 감독이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14연패)를 당하자 사퇴했다. 하루 전인 6일 장종훈 수석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김성래·정현석 타격코치, 박정진 불펜코치가 갑작스럽게 1군에서 제외됐다. 한 감독은 핵심 코치도 없이 그날 경기를 치렀다. 다음날 그가 사의를 표명하자, 구단은 곧바로 최원호(47) 퓨처스(2군)리그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감독과 그의 측근인 코치를 바꾸는 건 한화가 지난 10년 내내 해온 일이다. 그렇게 바꿔도 별로 달라진 건 없다. 한화는 2009년 최하위로 추락한 후 11년 동안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2018년 3위)했을 뿐이다. 이 기간 김인식(2006~09년), 김응용(13~14년), 김성근(15~17년) 등 ‘삼김(三金) 감독’이 한화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마감했다. 대전 출신으로 여러 팀을 거친 한대화(10~12년),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한용덕(18~20년) 감독도 썼다.
한화는 다양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뿐 아니라, 2013년부터 3년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손’이었다. 김태균 등 소속 팀 FA를 잡았고, 정근우·이용규·권혁·송은범·배영수·정우람 등을 영입했다. 선수가 조금씩 바뀌어도 팀이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껏 백약이 무효였기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한화 암흑기는 2005년 시작됐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한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까지만 참여하고 지명권을 포기했다. 2006년에는 7라운드에서 멈췄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들도 10명을 꽉 채우는데, 한화는 스카우트와 육성 단계부터 소홀했다. 제9 구단 NC와 10구단 KT 위즈가 창단해 특별지명으로 선수를 영입하자, 당시 한화 관계자는 “신생 구단 전력이 우리보다 낫다”고 푸념했다. 엄살 같았던 그의 말은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됐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트레이드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한때 FA 쇼핑을 열심히 했지만, 중심타자나 에이스를 영입한 건 아니었다. 선수를 키워서 쓰겠다고 강조했으나, 1군 재목은 몇 년째 안 보인다. 실책과 실기(失機)가 겹친 총체적 난맥이다. 이걸 단기간에 해결하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원인 분석이 한가하게 느껴질 만큼 한화는 재난 상황이다. 재난 극복은 한화 팬뿐 아니라, KBO리그 구성원 모두의 바람이다.
감독과 단장이 자주 바뀐 탓에, 한화는 컨트롤 타워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현재 한화 야구단에서 가장 큰 권한과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박정규 대표이사일 것이다. 2015년 5월 단장으로 부임한 그는 2017년 사업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가 됐다. 같은 재난을 여러 번 겪었다면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참고할 사례는 국내외에 많다. 5년 후, 10년 후에는 한화가 달라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