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었던 KIA 타이거즈의 내야진에 노란불이 켜졌다. 공·수의 핵심 김선빈(31)이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쪽 근육) 부상을 입은 것이다. KIA가 투수 홍건희를 두산 베어스에 내주고, 전천후 내야수 류지혁(26)을 영입한 직후였다.
김선빈은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 5회 초 2사 2, 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날 KIA가 3-2로 승리하면서 김선빈의 적시타는 결승타로 기록됐다.
천금 같은 한 방의 후유증이 컸다. 충분히 3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지만 김선빈은 2루에 도착하기 전에 오른 다리에 이상을 느꼈다. 결국 김규성과 교체돼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나왔다. 김선빈은 곧바로 인근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경기 전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내야진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격수 박찬호가 타격 부진에 빠져 있지만, 곧 반등할 거라고 말했다. 새로 영입한 류지혁은 "훈련 때 보니 수비가 상당히 좋아 보인다"며 스뭇해 했다.
그러나 김선빈의 부상은 윌리엄스 감독의 희망을 희석해 버렸다. 30대 선수의 햄스트링은 재발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부상 이전보다 수비와 주루를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류지혁 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KIA 내야진은 재정비가 필요해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홈런왕답지 않게 안정된 수비를 강조하는 지도자다. 그러나 그가 부임하자마자 붙박이 2루수였던 안치홍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로 떠났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3루를 맡았던 박찬호(25)를 유격수로 낙점했다. 유격수 김선빈은 2루수로 이동했다.
이 변경안은 성공했다. 박찬호는 유격수를 맡아서도 KBO리그 상위권 수비를 보였다. 수비 부담을 덜어낸 김선빈은 2루에 안착, KIA 타자 중 최고 타율(0.340, 9일 기준 전체 12위)을 기록했다. 하지만 3루수 요원인 황윤호와 장영석이 부진했다. 결국 KIA는 류지혁을 영입해 내야 퍼즐을 완성하려 했다.
KIA가 트레이드 효과를 보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류지혁은 팀에 합류한 9일 오른쪽 종아리 타박상으로 하루를 쉬었다. 투구에 맞은 부위에 통증이 남아 있었다. 10일 엔트리에 등록돼 3루수로 선발 출전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김선빈의 부상 탓에 2루수로 나서게 될지 모른다.
유격수 풀타임을 처음 경험하는 박찬호는 타격 부진에 빠져 있다. 5월에는 공격(타율 0.275)과 수비(실책 1개) 모두에서 안정된 활약을 보이다가, 6월 7경기에서는 타율 0.080(25타수2안타)에 그치고 있다. 유격수도 맡을 수 있는 류지혁이 박찬호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KIA에는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인다.
9일 KT전에 앞서 윌리엄스 감독은 "박찬호의 타격이 부진하지만 한 경기에 안타 2개를 치면 다시 뜨거워질 것이다. 앞으로 20타석에서 안타 10개도 칠 수 있다. 타격은 기복이 있다. 박찬호가 보여주는 에너지와 안정감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선빈의 부상은 윌리엄스 감독의 계산을 어렵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