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선 김연경(32)은 역시나 털털했다. '식빵 언니'라는 애칭답게 시원시원하게 답했다. 카메라 셔터에 맞춰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배구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김연경은 10일 열린 흥국생명 복귀 기자회견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으로 인사하게 돼 반갑다. 11년 만에 많은 팬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웃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김연경이 흥국생명 핑크색 유니폼을 다시 입기로 했다"고 알리며 "김연경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선수와 1년 남짓 남은 올림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이후 네 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 3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 신인왕을 수상하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2008~2009시즌 종료 후 일본 JT마블러스로 옮긴 김연경은 이후 터키-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11년간 뛰었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김연경은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가장 큰 관건은 연봉이었는데 1년 3억5000만 원에 합의했다. 흥국생명을 이재영·이다영을 붙잡는 데 총 10억 원을 써 샐러리캡(연봉 18억 원, 옵션 5억 원 등 총 23억 원)에 여유가 넉넉하지 않았는데, 김연경은 "그동안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양보하고 싶다"고 해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연경은 종전에 임의탈퇴 신분이어서 흥국생명의 동의 하에 V리그 복귀가 가능했다.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한 김연경은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의 컨디션 관리를 통해 흥국생명의 우승과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다음은 김연경과의 일문일답
-V리그 복귀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계속 해외 무대에 남을 시) 국가대표 훈련 참여도 쉽지 않았다. 또한 '해외 리그가 재개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가졌다. '어떻게 하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국내 복귀가 경기력 유지에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기존에 받던 높은 연봉보다 훨씬 적은 3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많은 해외 에이전트와 동료들이 올해 3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에 놀라더라. 사실 샐러리캡 탓에 걱정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항상 언급해왔듯 올림픽 메달이 배구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였다. 내가 복귀하면서 후배들에게 (연봉 축소나 방출 등)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느꼈다.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동시에 올림픽을 잘 준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샐러리캡 탓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내 연봉이 줄어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경기력 유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부모님도 동의하셨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갖춰 꿈꾸고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싶다."
-김연경의 합류로 흥국생명의 우승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전승 우승 이야기까지 나온다. "스포츠는 늘 쉽지 않다. 물론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겠지만 무패 우승, 무실 세트 우승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현재 몸 상태는 "주변에서 30대 중반이라 언급하는데, 아직 30대 초반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셋, 만 32세다(웃음) 몸 상태는 좋고, 휴식도 충분히 가졌다. 팀에 복귀하면 근육량을 늘리겠다."
-1년 계약을 했는데, 그 이후 거취는. (김연경은 계속 V리그에 남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고, 1년 뒤 임대 혹은 임의탈퇴 신분으로 해외 무대로 다시 옮길 수도 있다. 2년 뒤엔 FA 신분으로 국내외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다.) "흥국생명 복귀를 결정하면서 내년 거취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우선 '이번 시즌 잘해서 올림픽 준비를 잘해보자'라는 생각에 1년 계약했다. 내년 이후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11년 만에 돌아왔는데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나. "정말 없다. 받을 건 다 받았다(웃음) 웬만한 거 다 받아서 큰 의미가 없다. 팀 우승,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
-11년간 해외 활약을 통해 느낀 점은. "해외 진출이 엊그제 같은데 정말 긴 시간이 흘렀다. 유럽과 일본·중국에서 뛰며 프로 정신과 몸 관리, 책임감 등 배운 점이 많다."
-흥국생명을 견제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선수 영입으로 전력이 많이 좋아졌고, 지난 시즌 1위 팀 현대건설도 전력이 좋다. 나머지 팀도 강한 만큼 이번 시즌 재밌을 것 같다. 강한 상대가 많으면 우리부터 강해지기 위해 준비하는 만큼 한국 여자배구의 레벨이 전보다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모든 선수를 견제하도록 잘 준비하겠다."
-국가대표 주장도 맡았다. 흥국생명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 "현재 주장 김미연을 잘 따르는 선배 언니가 되도록 할 것이다. 가벼운 몸가짐으로 할 것 같아. 센 언니 혹은 약한 언니가 아닌 팀이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1년간 휴식기에 귀국했지만, 이제는 국내에 줄곧 머무른다. 달라진 점은. "쇼핑할 때 눈에 들어오는 게 많더라. 집에 모아두는 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에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분위기가 들더라. 이전에는 잠시 귀국해 하고 싶은 것도 많아 빡빡하게 움직였는데, 지금은 여유롭다. 부모님도 반겨 마음 편히 운동하고 있다."
-훗날 지도자 생활도 생각하고 있나. "조금 있다. 또한 방송과 행정 분야 등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보다 오래 선수 생활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요즘 개인 방송과 TV 출연 등이 많은데 앞으로는. "팀 복귀 시기는 박미희 감독님과 상의 후 결정될 것 같다. 방송은 비시즌인 만큼 배구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연습 또는 경기력에 지장 없는 선에서 할 것이다. 개인 방송은 계속할 생각이다."
-흥국생명 유니폼 오랜만에 입은 느낌은.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많이 설렌다. 지금이라도 빨리 코트에 들어가 경기하고 싶다. 최대한 열심히 해서 다른 구단 팬도 흥국생명 팬으로 돌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사실 부담감도 크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많은 응원과 성원을 보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