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실시간/24Hits 차트 캡쳐 카카오가 운영하는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기준으로 변경했다. 트렌드를 보여주는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경쟁적인 음악 소비 패턴은 지양하겠다는 의지다.
멜론은 지난 6일부터 기존 실시간 차트를 '24Hits' 차트로 개편하고 "24시간을 기준으로 1곡당 1인 1회씩만 집계하되, 매시간 업데이트한다. 순위 표기를 없애고 차트 집계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경쟁보다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을 통계로 보여주고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용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는 강화했다. 음악감상 이력을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곡을 보여주는 개인화 차트 MY 24Hits를 새로 마련했다. 개인의 이용 이력을 분석하여 24Hits를 포함해 멜론에서 이용량이 많은 음악 가운데 좋아할 만한 100곡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팬맺기, 포유 차트 등 기존 개인 추천 서비스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을 새로 구성했다. 특히 셔플 재생을 기본 전체재생 방식으로 채택, 상위권 음원에 이용자가 몰리지 않도록 했다. 멜론 측은 "중하위권의 음원이 이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도달될 기회가 늘어남으로써 더 다양한 음원들이 이용자와 만날 수 있어 차트의 다양성과 자연스러운 변화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9일 오전 10시 기준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와 24Hits 차트를 비교했다. 차트 개편 당일 발매한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몬스터'를 제외하면 1위부터 10위권 내에 들어 있는 음악들은 똑같다. 다만 순위가 3위부터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시간 단위로 했을 때 8위였던 '몬스터'는 일간 단위에선 11위로 내려갔다. 차트 개편 후 팝송의 순위가 대거 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비교적 순위가 몰려 있었던 방탄소년단 노래들은 24시간 기준에선 흩어지는 양상을 보여 팬덤 총공이 약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인스턴트식 소비 패턴을 보이는 K팝 구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차트, 일본 오리콘 등 주요 음악시장들 그 어느 곳도 실시간 차트를 두지 않았다. 이건 K팝만의 속성이다. 빠르고 다이내믹하면서 인기 장르에 따른 쏠림현상도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K팝은 한국의 빠른 음악 산업 성장과 함께 발전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음악 소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24시간 차트 개편 이후 나올 대형 가수들의 신곡들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팬덤 화력을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공'(팬덤이 뭉쳐 하나의 음원을 동시 재생하고 순위를 올리는 일)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공은 커뮤니티 내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차트 순위를 올리자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팬덤 간 상호교류의 장으로도 활용되는 부분이 많다. '총공'을 가면 '보은 총공'을 다니는 형태가 대표적"이라면서 "총공은 팬덤 내 스트리밍을 즐겁게 하는 이벤트의 일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차트 개편과 무관하게 계속 진행될 K팝 팬문화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차트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소위 잘나가는 가수들은 차트 개편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계속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트에 진입하고자 하는 가수들은 이번 개편에 맞게 마케팅 기법을 새로 짜야한다. 차트는 워낙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내는 본래 취지에 더 맞는 음악을 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차트만을 노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음악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즐거움이 되는 멜론의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 이용자와 산업 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향상된 기능과 서비스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확장된 음악 감상 기회와 즐거움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