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토론토 팬들 앞세서 던지는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볼 수 없게 됐다. 캐나다 연방 정부가 로저스센터 사용을 금지했다.
토론토 구단은 19일(한국시간) "캐나다 정부와 협상을 했지만 2020시즌 홈 구장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온타리오주와 토론토시는 로저스센터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데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결국 홈 경기 개최를 불허했다.
토론토는 메이저리그 내 유일한 캐나다 연고 구단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의 여름 캠프 합류도 어렵게 허가를 받았다. 선수단은 현재 로저스센터 내 호텔에서 머물면서 시간을 나눠 훈련중이다. 그러나 미국과 국경을 폐쇄한 연방 정부가 야구단에만 예외를 적용할 수 없었다. 마크 샤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던 것은 지역사회와 팬들의 안전이었다. 연방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적 첫해, 홈 구장에서 시즌을 치를 수 없게 됐다. 지난해까지 LA 다저스 소속으로 뛰었던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달러(약 96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단, 포스트시즌의 경우 로저스센터에서 열릴 여지가 있다. 마코 멘디치노 캐나다 이민부 장관은 "코로나19 전염 위험이 낮아질 경우 토론토에서 포스트시즌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는 오는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홈 개막전은 30일에 열린다. 그전까지 임시 연고지를 구해야 한다. 임시 연고지 후보는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 더니든 TD파크와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구단 버팔로 바이슨스의 연고지인 뉴욕주 버펄로 살렌 필드가 유력하다.
아쉬운 상황이지만 류현진에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타자친화적인 로저스센터를 피하기 때문이다. 세계최초의 완전개폐형 돔구장인 로저스센터는 홈런이 잘 나오는 편이다. 지난해 홈런팩터 1위 구장(1.317·1 이상이면 타자에게 유리함)이었다. 홈에서 담장까지 거리는 좌우 100m, 좌우중간 114m, 중앙 122m로 서울 잠실야구장보다 작다. 인조잔디라 타구가 빠르게 굴러가, 땅볼형 투수에겐 불리하다. 득점 팩터도 12위로 중상위권이었다.
비대칭형인 TD파크의 크기는 좌 101m, 좌중 116m, 중앙 122m, 우중 111m, 우 102m다. 우중간이 짧긴 하지만 전체적으론 로저스센터보다 넓다. 살렌필드는 99m-113m-123m-112m-99m다. 마이너리그 구장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라 로저스센터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두 구장은 다 천연잔디다. 가족과 지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캐나다 정부는 외국인 선수 가족들의 입국을 불허해 류현진은 현재 아내 배지현씨, 2개월 된 딸과 떨어져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즌을 치른다면 함께 지내거나 방문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한편 류현진은 19일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4실점했다. 볼넷은 없었고, 삼진은 4개를 잡아냈다. 류현진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탬파베이와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