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은 최근 등판한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평균자책점은 1.46. 소형준은 1일 수원 SK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6월 3일 수원 두산전 이후 일곱 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어 11일 다시 SK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연승을 달렸다.
소형준은 한동안 부진했다. 김진우(2002년 KIA), 류현진(2006년 한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고졸 신인 데뷔 2연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일곱 번째 등판이었던 6월 14일 대구 삼성전부터 부진했다. 6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데뷔 후 최저 이닝(2⅔)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형준은 7월에 반등했다. 휴식이 보약이었다. 소형준은 6월 27일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2주 동안 휴식기를 보냈다. 소형준은 "2주 동안 몸도 회복했고,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봤다. 실투를 떠올리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소형준의 휴식은 KT 벤치가 미리 계획한 선수 관리였다. 신인 투수가 5~6일 간격으로 9번 연속 등판했으니 부담이 될 만했다. KT는 재충전 시간을 충분히 줬다. 덕분에 소형준은 장맛비로 인해 등판 간격이 열흘 이상 벌어진 최근 두 차례 등판(8월 1일, 11일 SK전)에서 모두 호투했다.
휴식기에 새 무기 컷 패스트볼(커터)도 장착했다. 시속 141㎞까지 찍히면서 우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꺾이는 공이다. 변화 폭은 슬라이더보다 크지 않지만, 스피드가 더 빠르다. 11일 SK전에서 17개를 던졌다.
소형준은 "기존 커브의 위력이 줄었다.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가 직구에 대응한 스윙에도 걸리더라. 그래서 (커터를) 연마했다"고 설명했다. KT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가 커터를 구사해 소형준이 배울 수 있었다. 이후 KT의 투수 파트 코치진이 가다듬었다.
새 무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거나 손에서 빠질 때도 있다. 그러나 커터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타자의 타이밍을 잘 빼앗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소)형준이의 반등은 커터 구사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우타자 몸쪽 낮은 쪽으로 파고드는 투심 패스트볼과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터가 소형준의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체인지업 활용을 높인 것도 중요한 반등 요인이었다. KT 주전 포수 장성우는 "박승민 투수 코치님이 '투심 패스트볼도 속구 계열이기 때문에 (속구를 노리는) 타자 배트에 걸릴 수 있다'고 하셨다. 데이터를 보니 체인지업 구사율이 높은 경기에서 (소)형준이의 투구가 좋았다. 그래서 체인지업 사인을 더 많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무기의 활용법을 바꾼 것이다.
소형준도 코치·포수와 소통하면서 공 배합 변화에 수긍했다. 휴식 후 복귀전이었던 7월 11일 삼성전에서 그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33.3%로 꽤 높았다. 결과는 6이닝 2자책점 무실점. 지난 11일 SK전에서도 체인지업 비율(31.9%)을 유지했다.
매 경기 공 배합은 바뀔 수 있다. 새 무기 커터를 통해 소형준의 레퍼토리가 한층 다양해졌다. 여기에 체인지업 비중을 결정구 수준으로 높였다. 체인지업 덕분에 빠른 공의 체감 위력도 증가했다. 소형준은 구종의 선순환 효과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