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30)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7년차에 '메이저 퀸'이 됐다. 드라마틱한 승부로 역전 우승을 거둔 뒤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호수에 뛰어드는 우승자 세리머니에서 환하게 웃었다.
이미림은 1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로 넬리 코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동률을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역전 우승했다. 고비 때마다 나온 환상적인 칩샷으로 버디와 이글을 연이어 성공한 덕이었다. 이미림은 우승 상금 46만5000 달러(약 5억5000만원)를 받은 것은 물론, 2017년 3월 KIA 클래식 이후 3년 6개월 만에 LPGA 투어 개인 통산 4승을 달성해냈다.
이미림에겐 뜻깊은 우승이었다. 이미림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국내 투어에서도 1인자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2011년부터 3년동안 매년 1승씩 거뒀다. 2014년 LPGA 투어에 진출해 그해 2승을 거두고, 2017년 KIA클래식 우승까지 통산 3승을 거뒀다. 그러나 다음 우승까진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지난해엔 24개 대회에서 톱10에 단 2번 올랐고, 올 시즌에도 앞서 치른 2차례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그러나 이미림은 묵묵하게 버텨냈다. 코로나19에 따른 휴식기엔 5~6kg 감량하면서 몸을 만들고, 땀 흘렸던 그였다. 그리고 마침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화려하게 떠올랐다. 최종 라운드에서 2타 차 공동 3위로 시작한 이미림은 침착하게 타수를 줄여갔다. 그리고 고비 때마다 긴 거리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특히 16번 홀(파4) 그린 바깥에서 시도한 칩인버디는 압권이었다. 이어 18번 홀(파5) 펜스 근처 지역에서 이글을 잡기 위해 시도한 칩샷은 절정이었다.
이미림은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감격해한 그는 "믿지 못하겠다"면서 "연장을 앞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빨리 끝내자고 생각하고 쳤다. (연장 시작 전에) 친구들로부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오라'고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선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사람간 접촉을 피하는 차원에서 이미림은 직접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어 이 대회 우승자만의 전통적인 세리머니인 18번 홀 그린 옆 호수 '포피스 폰드'의 입수 세리머니를 캐디와 펼쳐보였다. 이미림은 그제서야 환한 웃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