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KBO리그의 순위싸움이 치열하지만, 어디까지나 2~7위에 한정된 얘기다. 하위권 3개 팀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정규시즌 막판 레이스는 '탈꼴찌 전쟁'이 제법 치열하다. 지난 9일 기준으로 9위 SK와 10위 한화가 승차 없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하위를 확정한 것 같았던 한화가 9월 중순 이후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한 덕분이다.
한화가 따라붙자 SK도 10일 광주 KIA전에서 2-1로 승리, 다시 한 걸음 달아났다. 이날 승리로 인해 SK는 남은 경기를 모두 지더라도 KBO리그 사상 첫 '시즌 100패' 기록을 면하게 됐다. 44승1무86패를 기록한 SK는 13경기(10일 기준)를 남겨두고 있다.
10일까지 42승2무86패를 기록한 한화는 남은 경기에서 전패를 당하지 않는 이상 100패는 면했다. KBO리그 시즌 최다패 기록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와 2002년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97패다. 한화와 SK는 시즌 최다패 기록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한화와 SK는 겨울 만큼 시린 가을을 보내고 있다. 제9구단 NC와 제10구단 KT가 1·2위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한화와 SK는 10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약한 전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6월 구단과 한용덕 전 감독의 갈등 속에 코치 없이 경기를 치르는 촌극을 보였다. 결국 한용덕 전 감독이 팀을 떠나 최원호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는 동안, 한화는 KBO리그 역사상 최다 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썼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을 35년 만에 불러들였다.
게다가 한화는 지난 8월 프로야구 처음으로 소속 선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2군·재활군 선수, 코치진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코로나19가 1군 선수단까지 확산하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불과 2년 전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던 SK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투·타의 동시 부진 속에서 시즌 초 10연패를 당했고, 6월에는 염경엽 감독이 경기 중 실신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두 달 후 복귀한 염경엽 감독은 닷새 만에 기력을 잃고 박경완 감독 대행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7월엔 SK 선수 간 체벌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한 달 동안의 전력은 한화보다 더 떨어진 느낌이다.
두 팀이 탈꼴찌 전쟁을 벌이는 동안 삼성은 8위라는 순위에 갇혀 꼼짝하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 10일 대구 롯데전에서 0-1로 패했다. 삼성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도 승률 5할에 이르지 못한다. 5위는커녕 7위 롯데와의 승차가 9.5경기(10일 기준)로 벌어졌다.
2011~14년 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2016년 홈구장을 대구시민운동장에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옮긴 뒤 5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허삼영 당시 전력분석팀장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1군 기록이 거의 없는(통산 4경기 2⅓이닝 평균자책점 15.43) 허삼영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데이터 위주의 팀 운영을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이 기량이 처지면서 삼성은 8위에 고정되다시피 했다. 삼성은 FA(자유계약선수) 등 '외부 영입'을 멈추고, '내부 육성'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올해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