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33·코리안좀비MMA)이 UFC 페더급 챔피언으로 가는 길목에서 주저앉았다. 정찬성은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80' 메인 이벤트에서 브라이언 오르테가(29·미국)에게 5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며칠 전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이 경기 승자가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국인 최초로 종합격투기 세계 최고 무대 챔피언을 꿈꿨던 정찬성은 결국 타이틀 도전권을 얻지 못했다. 이날 6패(16승)째를 당한 정찬성은 정상 재도전을 위해 먼 길을 돌아가게 됐다.
UFC 랭킹 2위 오르테가는 정찬성(4위)보다 랭킹이 두 계단 높다. 그라운드 싸움에 능하고, 타격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게다가 정찬성을 완전히 파악한 듯 '맞춤형 전략'까지 들고 나왔다. 오르테가는 잽과 킥으로 원거리를 유지했다. 복싱이 뛰어난 정찬성과 굳이 타격으로 맞불을 놓지 않았다. 정찬성이 밀고 들어오면 테이크다운을 시도, 상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찬성은 1라운드에서 오르테가를 압박하지 못했다. 2라운드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앞세워 거리를 좁혔으나, 라운드 후반 기습적인 백스핀 엘보를 맞고 쓰러졌다. 3라운드를 백중세로 마친 정찬성은 4라운드에서 오르테가의 버팅 탓에 왼쪽 눈 부상을 입었다. 정찬성은 마지막 5라운드에서 역전 KO를 노렸으나, 오르테가는 노련하게 공격을 피했다. 오르테가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냉정하게 경기를 풀었다. 2018년 당시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에게 TKO로 졌던 오르테가는 다시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다.
정찬성과 오르테가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둘은 지난해 12월 UFC 부산 대회에서 싸울 예정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르테가가 손가락 하트를 날려 정찬성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대회 직전 오르테가가 훈련 중 무릎을 다쳐 대결이 무산됐다. 정찬성은 오르테가의 대체 선수로 나선 프랭키 에드가에게 1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정찬성과 오르테가는 지난 3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48에 게스트로 참석했다. 당시 오르테가는 자신과 정찬성 사이를 이간질했다며 정찬성의 통역을 맡았던 가수 박재범의 뺨을 때렸다. 박재범은 정찬성 소속사 대표이기도 하다. 정찬성은 "네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겠다"며 오르테가를 향해 분노했다.
이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만났을 때 둘 사이에는 침묵과 긴장감만 흘렀다. 그러나 옥타곤에서 25분 동안 뜨겁게 싸운 뒤 오르테가와 정찬성은 뜨거운 포옹으로 앙금을 털어냈다. 오르테가는 사과의 의미로 정찬성에게 뺨을 내밀었다. 이후 큰절하며 사과했고, 정찬성 역시 큰절로 악연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