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치열했던 2위 경쟁의 최종 승자는 KT였다. 약점으로 여겨진 '경험 부족'을 극복하고, 포스트시즌 돌풍을 예고하는 막판 레이스를 보여줬다.
KT는 정규리그 마지막 주(10월 27~30일) 4경기에서 2승을 추가, 시즌 81승(1무 62패)을 달성했다. 승률 0.566를 기록하며 두산·LG·키움을 제치고 리그 2위에 올랐다. 창단 후 최고 순위. 승률과 승수까지 모두 구단 신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타자 로하스가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도루왕(35개), 셋업맨 주권은 홀드왕(31개)에 올랐다. 개인 기록도 풍년이다.
KT는 1군 진입 첫 세 시즌(2015~17년) 내내 최하위였다. 막내 구단은 6시즌 만에 리그 2강으로 도약했다. 두 차례 고비를 잘 이겨낸 덕분이었다.
KT는 올 시즌 초 큰 위기에 빠졌다. 6월까지 치른 48경기에서 21승 27패로 8위에 머물렀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불펜진이 무너진 탓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 시점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강철 감독은 불펜진에서 유일하게 컨디션이 좋았던 셋업맨 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혹사 논란이 생기는 것도 감수했다.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7년 차 좌완투수 조현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또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베테랑 이보근에게도 기회를 줬다. 기대하지 않던 불펜투수들이 활약하자, 투·타의 엇박자가 줄었다. 7월 승률 0.714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8~9월에도 리그 승률 1위를 기록했다.
두 번째 고비는 10월이었다. 리그 2위로 9월을 마쳤지만, 10월 첫 15경기에서 6승 9패를 기록했다. 10월 14일 키움전부터 3연패에 빠지며 5위까지 떨어졌다. 주권은 지쳤고, 마무리투수 김재윤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다. '안방마님' 장성우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2위까지 오른 뒤 오히려 심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였다. 추격을 당하는 입장은 KT 선수들에게 생소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단 심리 안정에 힘썼다. 주장 유한준에게 "우리의 목표는 5강 진입이었고, 2위까지도 올라봤다. 그동안 잘 해왔으니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뛰자"고 당부했다. 수비 실책이 갑자기 많아진 걸 두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했다. 유한준은 감독의 의중을 잘 헤아렸다. 타석에서도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KT는 4연패 문턱이었던 10월 17일 인천 SK전에서 6-4로 승리하며 반등했다. 신인 소형준이 호투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장성우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김재윤도 22일 만에 세이브를 올렸다. 안정감을 되찾은 KT는 10월 22일 두산을 13-5로 대파, 1차 목표였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이어 남은 5경기에서 3승을 추가하며 2위를 탈환했다.
KT 야수 중에서 포스트시즌을 20경기 이상 소화한 경험이 선수는 유한준뿐이다. 가을 레이스를 치른 경험이 부족하다. 대신 순위 경쟁이 고조된 시점에서 KT 선수들은 분위기를 다잡았고,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미리 맞은 매'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T의 10월 승률(0.520)은 7~9월(0.671)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더 값진 배움과 경험을 얻었다. KT가 10월의 최종 승자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