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주로 정유미·한지민·신세경·이성경 등 연상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남주혁은 tvN 토일극 '스타트업'에서 제 옷을 입은 듯 다양한 감정선과 연기를 보여줬다.
극 초반에는 배수지(서달미)와 의도치 않게 엮이며 때로는 순수한 모습이었다. 특히 남주혁이 연기한 남도산은 너드미(Nerd美)의 절정으로 조명됐다. 너드미란 지능이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인 너드와 아름다울 미의 합성어로 사회성은 결여돼있지만 어느 분야에서 특출난 모습을 가진 매력을 말한다. 천재 엔지니어지만 잘생긴 그가 너드미의 표본이었다.
이후 성장형 캐릭터인 남도산으로 파란만장한 청춘의 삶을 녹여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배수지와 편지에 대한 모든 사실을 밝히기 전 후회가 가득 담긴 눈물을 쏟아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남주혁은 곧 모든 것을 털어놓고 배수지를 응원하기 위해 진솔하게 다가가는 캐릭터의 심정을 애틋하게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사 이외에도 시선·손짓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물이 느끼는 감정선을 고스란히 그려내 공감대를 높였다. 눈을 잘 못 마주치던 남도산이 점점 눈을 잘 맞추게 되고 손을 계속 만지작만지작 하는 듯한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몸짓으로도 정말 많은 표현을 했다. 이 같은 디테일이 남도산의 성장을 손쉽게 알 수 있는 포인트.
무엇보다 남주혁이 그려내는 싱그러운 청춘 로맨스에 더욱 빠져드는 이유에는 한층 성숙해진 연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자존감이 바닥이던 지난날에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꿈을 향해 나아가기까지 파란만장했던 남도산의 성장 과정은 남주혁의 섬세한 눈빛 변화와 표현력으로 한층 몰입도 높게 그려졌다. 속으로 삼키던 울음을 밖으로 토해냈던 오열 장면들은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들 만큼 깊은 먹먹했다.
이 밖에도 캐릭터의 성장에 맞춰 변화 시그널을 세밀하게 채웠다. 먼저 의상 스타일링에서 공대생의 패션 컬러는 레드로 설정했다. 극 초반 목 늘어난 티셔츠와 통이 넓은 팬츠로 인물의 생활감이 느껴지게 했고 여러 종류의 체크 셔츠를 적절하게 매치함으로 코딩 외에 다른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는 순수한 매력의 모습을 표현했다. 샌드박스 입주 후 캐릭터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줬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한 두 사람의 관계를 파스텔 톤과 같은 부드러운 컬러의 의상을 통해 진심까지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