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은(46)이 MBN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로 3년 만에 복귀했다. 제목 그대로였다. '위험한 아내' 심재경으로 분해 극의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자신만의 루틴이 너무 확실해서, 그래서 더 곁에 있기 힘든 사람처럼 보였으나 그 안엔 최원영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이 녹아있었고 변함없는 사랑은 두 사람을 다시금 연결시켰다.
김정은은 "지난 3월 24일에 홍콩에서 서울로 도착해 2주 자가 격리 후 제작진을 만났다. 열심히 준비해서 5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하고 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았다. 작품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허무감, 혼자만 느끼는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은 좀 있지만 안 그런 척하며 잘 지내고 있다. 오랜만의 복귀작이라 걱정도 많았고 긴장도 많이 했다. 감독님, 작가님, 같이 했던 배우들 덕에 빨리 캐릭터에 적응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악조건(코로나19와 긴 장마)을 견뎌가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잘 견뎌준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께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애정 가득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촬영 현장도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상황과 인간관계가 있고, 난 그걸 지켜내고 이끌어가는 입장 중 한 사람이다. 아직까지도 그 관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 인내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존재한다. 드라마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그런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 한다. 때론 그런 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좋은 대본을 읽거나 힘을 주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그런 생각들이 눈 녹듯 사라진다."
-결혼 이전과 이후 달라진 부분이 있나.
"결혼 전에는 정말 '나'만 생각하면 됐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로서의 삶 외에 개인적으로 따로 신경 써야 할 사람도, 상황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아무래도 아내로서의 삶이 생기지 않나. 내 인생, 내 작품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일과 삶을 존중하게 된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적극적인 남편의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일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5개월간 떨어져 있었다. 떨어져 있었던 덕에, 드라마 안에서 부부와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들을 접할 때마다 여러 가지 마음을 갖게 해 줬다. 촬영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이 더 그리웠고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연기에 대한 공감 폭도 더 넓어지지 않았나.
"기혼자로서 결혼과 부부 이야기를 연기할 수 있어 더욱 공감할 수 있고 그래서 더 행복했다. 내 주변 싱글들은 '결혼을 지켜간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젠 내게 싱글녀의 삶을 연기하라고 하면 좀 더 어려울 것 같다.(웃음) 기억을 더듬어봐야 할 것 같다."
-올해로 데뷔 25년 차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무슨 책에 자서전을 기록하듯 선명하게 펼쳐지는 거창한 스토리는 아니겠지만 뒤돌아보면 내가 배우로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특별했고 감사한 일뿐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취가, 그 사람 얼굴과 몸, 태도에 그대로 남는다고 믿는다. 데뷔한 게 엊그제 같은데 25년 후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다가, 너무나 행복하게도 이런 훌륭한 질문을 받고, 이런 행복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잠깐 멈춰 대답을 생각해보는 이 몇 분 자체가 내 지난 25년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25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잘 살고 싶다.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새해 소망은.
"소원은 단 한 가지다. 정말 마치 나쁜 꿈을 꾼 것처럼 코로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정말 죽을 것 같지 않은가.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삶이 바뀔 수가 있나 싶다. 드라마 촬영 직전에 학교에서 수업을 했었는데, 대면 수업이 안 돼 zoom으로 한 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연기 수업을 어떻게 비대면으로 할 수 있나. 정말 힘들었다.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간 꼬마들이 마스크를 더 잘 쓴다는 뉴스를 TV에서 보고 너무 가엽고 기특해서 운 적이 있다."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가 있나.
"수식어는 이미 붙어있지 않나. 내 이름 앞에 이미 '배우' 내지는, '탤런트'란 수식어를 붙여서 이야기하지 않나. 그런 '배우' '탤런트'와 같은 수식어들이 좋다. 근데 '남한' 김정은 이런 건 좀 어색한 것 같다. '서울' 김정은 하면 좀 나으려나.(웃음) 이번 드라마에서 과분한 칭찬을 많이 들어 너무 들뜨고 행복했다. 특히 '연기 잘한다'는 말에 안 그런 척했지만 속으로 정말 흐뭇했다. 난 솔직히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수식어를 들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맘에 드는 게 없으면 남편 따라 홍콩에 갈 수도 있다.(웃음) 연락 주실 분들은 미리 연락을 달라. 14일 전에! 난 격리가 필요하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뿌리깊은나무들, 매니지먼트 레드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