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미등록 대리인 사건을 별도의 징계 없이 넘어간다. 야구계 안팎에선 "처벌 없이 넘어갈 일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수협은 "최근 발생한 이슈(미등록 대리인 사건)에 대해 해당 선수대리인(우규민·리코스포츠에이전시)으로부터 소명 자료를 제출받았으며 향후 행정상의 실수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12월 말 대리인 미등록 상태로 우규민(삼성)의 FA(자유계약선수) 협상에 참여해 물의를 일으켰다. 일간스포츠 단독 보도로 관련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12월 27일에 선수와 대리인 계약을 했다"고 선수협에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도 사실이 아니었다. 선수협은 지난 7일 중재위원회를 열어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도 대리인 미등록 상태로 최형우(KIA)의 FA 계약에 관여했다.
중재위원회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 소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주일 넘게 소명이 오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별도의 강력한 요청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온 추가 소명으로 관련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징계 없이 26일 사건을 마무리했다.
선수협은 "현재 선수협 내에서는 대리인이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이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리인 규정 개정 작업을 통해 징계 규정을 새롭게 마련하고,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법은 대리인이 저질렀지만, 선수협이 대신 사과했다.
KBO 공인대리인 제도는 2018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4년째. 공인대리인과 관련한 전반적인 제도는 선수협이 관리한다. 하지만 규정을 위반(미등록 대리)해도 처벌할 기준도, 기구도 없다.
A 구단 관계자는 선수협 입장 발표 후 "일이 터지기 전에 자정 작업을 해야 했다. 항상 구단과 리그를 비판하면서 스스로는 제대로 못 했던 거 아닌가. 4년째 규정조차 미비하다는 게 한심하다"고 말했다. B 구단 관계자는 "제도 4년이 지나도록 과도기로 생각하는 거면 문제가 있는 거"라며 "특정 대리인이 선수를 독점하는 구조도 문제인데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제도가 정착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