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NPB) 히로시마에서 뛴 피렐라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아시아 야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316타수 84안타), 11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1월부터 가족과 떨어져 일본에 혼자 있었다. 외로웠다"며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미국에 남은 가족이 걱정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경기 외적인 요소가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의미다.
히로시마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피렐라에게 손을 내민 건 삼성이었다. 조건은 최대 총액 80만 달러(9억원). 피렐라는 "고민은 없었다. 결정하기 쉬웠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에서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허삼영 삼성 감독의 기대도 크다. 허 감독은 "피렐라는 2년 전에도 (영입) 대상자였다. 피렐라는 (NPB 명문인) 요미우리에서도 보고 있었던 선수였는데 요미우리도 히로시마에 선수를 뺏겼었다"고 말했다.
피렐라는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타격 컨디션을 점검했다. 2루수와 좌익수, 1루수까지 맡을 수 있어 폭넓은 수비 기용이 가능한 자원.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주전 좌익수를 맡을 게 유력하다. 허삼영 감독은 "가장 잘하는 걸 시키겠다"고 말했다. 피렐라는 "좌익수가 가장 편하다. 최근 4년 동안 좌익수로 경기를 출전한 게 많았다"며 "난 도전적이고 어떤 경기에서도 100%를 하려고 한다"고 어필했다.
그렇게 되면 삼성 외야는 피렐라(좌익수)-박해민(중견수)-구자욱(우익수)으로 꾸려진다. 수비가 불안했던 김동엽이 지명타자에 집중하고 2018년 '규정타석 3할 타자' 김헌곤이 백업 외야수를 맡을 정도로 전력이 탄탄해졌다.
삼성은 지난해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개막전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가 허리 부상으로 중도 이탈했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다니엘 팔카의 활약(51경기·타율 0.209)도 미미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맹활약한 다린 러프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외국인 타자가 맹타를 휘두른 NC(애런 알테어), KT(멜 로하스 주니어), 두산(호세 페르난데스) 등과 비교했을 때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피렐라는 올 시즌 삼성 타선의 키맨이다. 새롭게 영입한 FA(자유계약선수) 1루수 오재일과 함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피렐라는 "좋은 시즌을 보내 팀이 많은 승리를 할 수 있게 돕겠다. 그리고 챔피언(우승)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