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매 경기 전 '오늘의 라인업' 질문을 받았다. 그러면 허 감독은 "오늘 또 바뀐다"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삼성 타순이 매 경기 바뀌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총 137개의 라인업을 가동했다. 최다 2위. 정규시즌 최하위 한화(141개)보다 적었지만, 리그 평균 119개보단 훨씬 많았다. KT(98개) LG(99개)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컸다.
부상 또는 부진한 선수가 발생하면서 꺼낸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초반부터 구자욱과 타일러 살라디노, 이원석, 강민호, 김헌곤, 김동엽 등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했다. 이를 통해 김지찬과 이성곤, 이성규, 박승규 등 새 얼굴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멀티 포지션'을 강조한 사령탑의 의지도 작용했다.
라인업 변화가 적다고 팀 성적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만큼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선수들은 타순 변화에 따라 혼란스러울 수 있다.
올 시즌은 부상 등의 돌발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라인업 변화는 적을 전망이다. 허 감독이 끊임없이 '경쟁'을 강조하는 가운데서도, 주전이 어느 정도 굳어진 모양새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FA(자유계약선수) 오재일과 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해에는 타순이 조금 헐거워 (라인업을) 많이 고민했다"라며 "올해는 준비된 모습이다"라고 희망을 언급했다.
이제부터는 최적의 타순을 찾는 것이 과제다. 허 감독은 "타순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라고 했다.
오재일은 중심 타선 배치가 유력하고, 피렐라는 좀 더 지켜볼 전망이다. 허삼영 감독은 "오재일은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가 뛰어난 선수다. 2번 전진 배치도 배제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3~5번 중심 타선에 배치해야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재일은 3번과 5번 타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4번 타자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세 시즌 오재일의 타순별 타율(0.296)을 보면 4번에서 0.256으로 가장 낮다. 또한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는 중심 타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피렐라는 1~2번을 선호한다고 한다.
변수는 부상으로 빠진 김동엽의 부상 복귀 시점이다. 허 감독은 "김동엽이 빠져 있어 오재일이 중심에서 지켜줘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직 복귀 시점을 알 수 없는 김동엽이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으면, 오재일의 타순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은 "지그재그 타순이 이상적이지만, 요즘은 좌우 투수에 따른 타선 가동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며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 우리가 준비되어 있다면 타순 조정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고 여겼다. 이어 "지난해와 다른 삼성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