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일본 대표팀과 경기에서 0-3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에 압도당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비난이 들끓었다. 정몽규 KFA 회장은 사과문까지 올렸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참패를 바라보며 든 가장 큰 의문. 한국과 일본이 차출한 유럽파 선수들의 '숫자 차이'다. 한국은 이강인(발렌시아·스페인)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독일) 등 2명을 뽑았다. 손흥민(토트넘·잉글랜드)은 부상으로 빠졌다 하더라도 황의조(보르도·프랑스), 황희찬(라이프치히), 이재성(홀슈티인 킬·이상 독일) 등은 차출에 실패했다.
반면 일본은 A대표팀에 유럽파 9명이 소집됐다.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 오사코 유야(베르더 브레벤·이상 독일), 요시마 마야(삼프도리아), 도미야스 다케히로(볼로냐·이상 이탈리아), 미나미노 타쿠미(사우샘프턴·잉글랜드), 이토 준야(헹크·벨기에), 모리타 히데마사(산타클라라·포르투갈), 아사노 다쿠마(파르티잔·세르비아) 등이다.
유럽파 숫자 차이가 곧 전력의 차이였다. 일본은 유럽파 9명 중 8명을 선발로 내보내며 한국을 초토화했다.
일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A매치 기간 아르헨티나와 2번의 평가전을 위해 올림픽대표팀에 유럽파 5명을 뽑았다. 나카야마 유타(즈볼러), 스기와리 유키나리(알크마르·이상 네덜란드), 메시노 료타로(히우 아브·포르투갈), 구보 다케후사(헤타페·스페인), 미요시 코지(로얄 앤트워프·벨기에) 등이다.
반면 한국 올림픽대표팀에는 단 한 명의 유럽파도 없었다. A대표팀이 선발한 유럽파 이강인과 정우영은 올림픽대표팀 연령대 선수들이었다.
한국의 2명과 일본의 14명.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유럽 구단들과 '소통의 차이'였다. 이는 곧 '행정력의 차이'였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지난해 2월 이사회를 열고 유럽에 JFA의 거점을 신설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유럽파의 컨디션 저하로 A매치 부진이 이어지자 JFA가 직접 나서 유럽파를 전담할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사회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약 50명이다. 대표팀 멤버 대다수가 유럽 클럽에 소속하는 선수다. 유럽 소속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일본 선수들의 대표팀 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의 컨디션, 부상 상태 등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메디컬 캐어도 할 수 있다. 대표팀의 소집 협상도 담당한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유럽 오피스는 당초 4월 개소를 목표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다. 결국 지난해 10월 독일의 뒤셀도르프에 사무소를 오픈했다. 공식 명칭은 'JFA 유럽 오피스(Japan Football Association Europe Office)'다.
이는 급작스럽게 시작된 행정이 아니다. JFA는 'Mid-Term Plan(2021~2024)'이라는 중기 계획을 수립했다. 2020 도쿄올림픽 메달, 2022 카타르월드컵 8강,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우승 등의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 축구 전체 성장 방향과 마케팅, 글로벌 영향력 확장 등 총체적인 방향이 들어있다. 유럽 오피스 역시 이 계획안에 포함된 과정 중 하나다.
일본 관계자로부터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JFA 유럽 오피스에는 다수의 테크니컬 디렉터가 근무하고 있다. JFA 본사의 국제부 직원도 파견 나와 있다. 유럽 클럽들과 좋은 관계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언제든지 클럽에 직접 방문해 미팅한다. 시차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일본과 소통이 어려웠던 걸 해결했다"며 "이번 3월 A매치 일본 대표팀 소집도 유럽 오피스 인력이 유럽 클럽과 직접 만나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 구단들과 꾸준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기에 코로나19 시대에도 많은 선수를 차출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일간스포츠는 JFA에 직접 문의를 했다. JFA는 바로 답을 했다.
"문의한 것에 대해, JFA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일본 국가대표 선수가 소속된 각 클럽과는 일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고 있다. 유럽파의 경우 JFA 국제위원이나 유럽 오피스에 상근하는 직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해 왔다. 이번 3월 대표팀 활동 역시 이전과 다름없이 동일한 대응으로 진행을 했다."
한국이 유럽 구단과 소통하는 방법은 공문과 이메일이 전부다. KFA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수 차출을 위한 방법은 유럽 구단에 공문을 보내고, 조율할 상황이 있으면 이메일을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