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ㆍ토트넘)이 또 한 번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도중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됐다. 소속팀 토트넘이 EPL 사무국과 손잡고 공식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토트넘은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올 시즌 EPL 31라운드 홈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전반 40분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초반 분위기를 장악했지만, 이후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 후 손흥민은 무차별적인 인종차별적 비난에 시달렸다. 전반 33분 맨유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의 선제골이 취소되는 과정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카바니가 슈팅하기 전 팀 동료 스콧 맥토미니가 마크하던 손흥민의 얼굴을 팔로 가격했고,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했다. 이 장면이 비디오판독(VAR) 과정을 거쳐 득점 무효 판정의 배경이 됐다.
대다수의 언론과 축구 전문가들이 맥토미니의 행위가 명백한 파울이라고 인정했지만, 일부의 의견은 달랐다. 맨유 레전드 로이 킨은 “손흥민급 선수가 저렇게 나뒹굴다니 부끄럽다”며 헐리웃 액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손흥민의 성(Son)에 빗대 “내 아들(son)이 3분 간 쓰러져 있고, 10명의 동료가 와서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난 아들의 밥을 굶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후 맨유를 지지하는 일부 축구 팬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손흥민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공교롭게도 카바니의 골이 무효가 된 지 7분 만에 손흥민이 득점포를 터뜨린 게 맨유 팬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득점 취소와 실점이 겹쳐지자 흥분한 맨유 팬들은 SNS에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비난을 쏟아냈다. “작은 눈으로 또 다이빙 해보라”고 비아냥 대거나 “개고기 먹는 동양인 다리가 부러지면 좋겠다”는 저주가 이어졌다. “바이러스를 몰고 온 동양의 원숭이”, “심판 속이는 동양인은 죽어라” 등의 욕설도 쏟아졌다.
경기 후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나섰다. 구단 트위터에 “혐오스런 인종차별에 대해 프리미어리그와 손잡고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관련자 색출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는 쏘니(손흥민의 애칭)와 함께 한다”고 입장문을 공개했다.
손흥민 관련 판정 논란이 커지자 영국 심판 기구(PGMOL)가 진화에 나섰다. PGMOL은 “맥토미니의 파울은 부적절했고 조심성이 없었다”며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손흥민이 일부 무분별한 팬들의 인종차별 타깃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클럽하우스에서 팀훈련을 마친 뒤 퇴근길에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려다 “DVD 얼마에 파느냐”는 소리를 듣고 불쾌해하는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다. DVD는 과거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복제한 DVD를 길거리에서 팔던 것에서 착안해 아시아계 전체를 모욕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