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시국에도 25일(현지시간) 미국 LA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 등에서 대면 형식으로 치러졌다. 매년 2월 개최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가량 연기됐다.
앞서 오스카 레이스 기간 치러진 대부분의 시상식은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로 일컬어지는 아카데미는 최종 대면 시상식을 결정했다. 후보들은 메인 시상식 장소 외에도 런던,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상식을 즐겼다.
방역과 안전 예방에도 최선을 다했다. 오프닝 무대에서 시상자로 나선 레지나 킹은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인원 수를 제한했고, 참석자들은 최소 세 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큰 차별점은 본식에서 특별공연을 볼 수 없었다는 것. 매년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작품의 OST로 한편의 영화같은 공연들을 완성했던 아카데미 측은 올해는 해당 무대들을 사전녹화했고, 레드카펫 행사 때 소화했다.
이로 인한 긍정적 변화는 수상자들의 소감 시간이 늘었다는 것. 정해진 시간으로 인해 소감 중 늘 음악을 틀어 소감을 멈추게 만들었던 아카데미 측은 올해는 아무리 길게 소감을 이야기 해도 끊지 않아 수상자들의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를 모두 전달받게 했다.
시상도 돋보였다.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은 수화로 진행해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와 색깔을 확연하게 보여줬고, 전년도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과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 스티븐 연은 각각 감독상과 시각효과상을 시상, 눈길을 끌었다.
한국 영화계는 지난해 '기생충(봉준호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과 인연을 맺었다. 한예리·윤여정 등 국내 배우들이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
시상식 진행 과정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을 여럿 탄생시켜 'K-무비'의 힘을 보여줬다. 봉준호 감독의 한국어 시상과 브래드 피트에게 상을 받은 윤여정은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기억되는 컷으로 회자 될 전망이다.
'미나리'는 최종 윤여정 1관왕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오스카 수상으로 윤여정은 전 세계 시상식과 영화제, 비평가협회에서 총 42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휩쓸며 글로벌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윤여정은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동시 석권한 아시아 최초의 배우로 등극, 1958년 열린 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라는 기록도 세웠다.
정이삭 감독은 물론 스티븐 연, 아역배우 노엘 김이 후보이자 '미나리' 주역으로 시상식에 직접 참석했고, 한예리와 윤여정도 미국까지 날아가 '미나리' 팀과 재회했다. 윤여정은 모두의 축하 속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시상식이 '기생충'에 의한, '기생충'을 위한 분위기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작품상이 아닌 남녀주연상이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배치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제일 마지막에 호명된 남우주연상 안소니 홉킨스는 비대면으로도 참석하지 않아 소감한 줄 없이 막을 내렸다.
올해의 작품상은 '노매드랜드'에게 돌아갔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까지 메인 3관왕을 휩쓸었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편집상, 음악상, 음향상 등 기술상 3관왕에 올랐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남우조연상 다니엘 칼루야와 주제가상 'Fight For You', '맹크'는 촬영상과 미술상을 가져갔다. '미나리'는 오리지널 미국 영화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국제장편영화상은 덴마크 영화 '어나 더 라운드'에게 돌아갔다.
◇제93회 아카데 미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노매드랜드'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더 파더')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노매드랜드') 남우조연상=다니엘 칼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여우조연상=윤여정('미나리') 감독상=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 각본상=에머랄드 펜넬('프라미싱 영 우먼') 각색상=플로리안 젤러 외 1명('더 파더') 촬영상=에릭 메세츠미트('맹크') 편집상=미켈 E.G. 나일슨('사운드 오브 메탈') 미술상=도널드 그레이엄 버트 외 1명('맹크') 의상상=앤 로스('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분장상=세르지오 로페즈·리베라 외 2명('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음악상=니콜라스 베커 외 4명('사운드 오브 메탈') 주제가상='Fight For You'('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음향상=니콜라스 베커 외 4명('사운드 오브 메탈') 시각효과상=앤드류 잭슨 외 3명('테넷') 국제장편영화상= '어나더 라운드' 장편애니메이션상= '소울' 단편애니메이션상=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단편영화상='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장편다큐멘터리상='마이 옥토퍼스 티처' 단편다큐멘터리상='콜레트' 진 허숄트 박애상=Motion Picture & Television Fund / 타일러 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