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포털이 글로벌 거대 콘텐트 플랫폼을 잇달아 흡수하며 몸집을 키운다. 웹소설을 시작으로 웹툰, 영상으로 이어지는 '슈퍼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해 한류 콘텐트를 전파하는 K-마블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CEO(왼쪽)와 알렌 라우 왓패드 CEO.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지난 1월 열린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인수 건을 이사회에서 결의한 뒤 한국, 미국, 캐나다 등 관련 기관 절차를 마무리해 이달 초 인수를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약 6억 달러(약 6700억원)를 투자해 왓패드 지분 100%를 인수했다.
왓패드는 이용자 약 9400만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웹소설 플랫폼이다. 인기 로맨스 소설 '애프터' 등 1500여 편의 작품이 출판하거나 영상물로 제작됐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네이버웹툰(7200만명)과 합해 약 1억66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어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는 쪽이 확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인기 웹툰을 웹소설로 만들거나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등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스위트홈'처럼 영상화, 2차 창작에도 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는 웹툰과 웹소설의 연계 방안을 고민하고, 영상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각 플랫폼이 구축한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N', '왓패드 스튜디오'의 협업도 추진한다.
2021년 기준 왓패드 90개, 네이버웹툰 77개 등 총 167개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북미 시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000만을 돌파했다. 이 중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생)가 차지하는 비율이 69%다. 작년에는 미국 iOS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Z세대 인기 앱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CEO는 "앞으로 왓패드의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네이버웹툰의 정교한 기술, 다양하게 검증된 유료 모델과 만나서 전 세계 이용자들과 창작자들에게 최고의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창원 타파스 미디어 대표(왼쪽)와 이승윤 래디쉬 미디어 대표. 카카오엔터 제공 같은 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를 공식화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래디쉬는 이달 중 최종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타파스와 래디쉬는 각각 약 5억1000만 달러(약 6000억원)와 약 4억40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래디쉬는 텐더오퍼(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총 지분율이 어떻게 확정될지 모르겠지만 100% 인수는 아닐 것"이라며 "오리지널 웹소설 등 유망 IP 1차 라인업을 정리해서 각 플랫폼에 내보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고 말했다.
타파스는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으로,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성장했다. 카카오엔터는 북미 시장에 진출해 타파스와 협력 관계를 이어오다 지난해 11월 해외 관계사로 편입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등 카카오엔터의 주요 IP를 타파스를 통해 북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80여 개 IP가 9만여 개 콘텐트를 유통하고 있는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다.
래디쉬는 20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트 플랫폼으로, 2020년 연간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집단 창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 콘텐트 '래디쉬 오리지널'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엔터는 K-웹툰에 이어 K-웹소설도 영미권에 본격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김창원 타파스 대표와 이승윤 래디쉬 대표는 각 기업의 경영자로 지속 참여하고, 카카오엔터의 GSO(글로벌전략담당)를 맡는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타파스에 자사의 IP 공급이 늘면서 거래액 성장세가 뚜렷하게 반영되는 것을 보며 북미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번 인수로 래디쉬에 웹소설을 본격 수출하며 카카오엔터의 성공 방정식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