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5G 상용화 2년,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가 해외에서 상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먹통 논란에 뿔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최대 150억원이 넘는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이통사는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이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5G 집단소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욱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5G 통신 품질 불량 채무 불이행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집단소송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1차 소송에는 526명의 5G 가입자가 참여했다. 피해액은 1인당 약 150만원으로, 합산하면 7억8900만원이다.
이통사의 주력 5G, LTE 요금을 비교해 차액 월 5만원씩 2년 치(120만원) 중 일부인 100만원을 재산상 손해로, 월 2만원씩 2년 치인 48만원을 정신적 피해 보상 금액으로 책정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LTE 대비 4.3배 수준의 5G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안에 설치가 불가능해 통신 환경이 한동안 불완전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했다.
서비스 출시 시점을 기준으로 2년 차에 LTE는 약 20만개의 기지국을 구축했다. 이론상 5G는 같은 시기에 약 87만개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했는데, 약 17만개만 설치해 70만개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마저도 한때 '20배 빠르다'고 광고한 5G 속도가 나오려면 지금의 3.5GHz 대역이 아닌 28GHz 대역 인프라 확장이 시급한데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5G 기지국 구축 현황. 이런 현실이 무색하게 이통 3사는 5G 서비스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통 3사는 지난달 30일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서 '5G 산업 파트너십 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손잡고 추진 중인 농어촌 지역 5G 인프라 구축이 우수 협력 사례로 꼽혔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모바일 접근성·포용성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이렇듯 이통사와 소비자 간 온도 차가 극명히 갈리면서 소송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온라인 소송 플랫폼과 커뮤니티 등에 소송 참여를 희망한 5G 가입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인당 피해액을 단순히 적용하면 150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런 대규모 소송으로 실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자료 제출을 위한 증거 수집과 비용 납부를 모두 완료해야 소송인 명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김진욱 변호사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라 제대로 진행되겠냐는 우려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도 동참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른다"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이통 3사의 5G 허위·과장 광고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이 신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참여연대가 이통 3사를 5G 서비스 허위·과장 광고로 신고한 것에 대해 극히 일부만 인정했다.
KT가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대성동 등 5G 서비스를 전국에서 이용 가능한 것처럼 광고한 것만 정식 사건으로 접수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5G 기반 실감형 콘텐트 시대가 다가온 것처럼 소개한 광고는 과장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헌법소원을 제기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린다. 그 사이 이통사가 기지국을 확대해 재판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통사가 5G 요금제 원가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원 판단이 있기 전에 선제적으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5G 서비스 안정화까지 LTE 수준의 요금을 받기로 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처럼 지금이라도 이통 3사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이통 관계자는 "아직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5G 전국망 조기 구축을 위해 정부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