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의 유명 진행자 스테판 A. 스미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유명 진행자(host) 스테판 A. 스미스가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를 향한 차별적인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스미스는 12일(현지시간) 자사 방송 ‘퍼스트 테이크’(First Take)에서 “오타니가 특별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영어를 쓰지 않아 통역사가 필요한 외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MLB) 대표로 흥행에 앞장선다는 건 오히려 일정 부분 경기에 해가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스미스는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와 같은 선수들이 흥행을 이끌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퍼스트 테이크’의 또 다른 진행자 맥스 켈러맨이 오타니가 투수 겸 타자 ‘이도류’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스미스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실제 관객이 (오타니에) 이끌려 TV를 시청하게 되거나, 야구장을 찾게끔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거다”며 “미국에서 MLB의 대표(NO.1) 얼굴이 통역을 필요로 하는 선수인 것은 도움되지 않을 거다”고 강조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를 예시로 들었다. 스미스는 ‘댈러스 레전드’ 더크 노비츠키(독일)와 샌안토니오에서 활약한 마누 지노빌리(아르헨티나)를 언급하며 “이 선수들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통역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MLB에서는 통역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미국 대중의 환심을 사는 데 저해 요소로 작용할 거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타 양면에서 활약하는 만화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기 ‘타자’ 오타니는 타율 0.279(301타수 84안타), 33홈런, 70타점, 장타율 0.698, OPS(장타율+출루율) 1.062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MLB 전체 홈런 선두이며, OPS 2위, 타점 3위에 위치해 있다. ‘투수’로도 제 몫을 해냈다. 13경기 선발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87개를 기록했다.
활약을 인정받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투타에서 모두 올스타로 선정됐다. 오타니는 다가오는 14일(한국시간) MLB 올스타전에서 선발 투수이자 1번 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가 교체돼도 타자 오타니는 계속해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규정까지 바꿨다.
그러나 ESPN의 간판 진행자이자 연봉 1200만 달러(약 137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스미스는 단지 오타니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의 노력마저 깎아내리는 경솔함을 보였다.
스테판 A. 스미스 트위터 팔로워 수는 약 540만 명에 달한다. 사진=스테판 A. 스미스 트위터 캡쳐 스미스는 팬들의 거센 비판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장성과 프로모션” 관점의 이야기였다고 말하며 “오타니가 영어를 잘했다면 홍보가 더욱 수월했을 거란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사과한다”고 글을 올리며 “특정 커뮤니티를 불쾌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 특히 아시아계 커뮤니티와 오타니를 말이다. 나 또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고정관념이 이 나라의 많은 사람에게 끼친 피해를 잘 알기에, 좀 더 세심함을 보였어야 됐는데 실패했다. 오타니는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스타 중 한 명이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