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실감 콘텐트 전면에 메타버스(가상세계)를 내세웠다. 향후 2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네이버를 추격한다.
14일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했다. iOS 업데이트는 내달 진행한다.
메타버스(가공 Meta+현실 세계 Universe)는 현실과 비슷하게 만든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션 수행이 목적인 게임과 달리 대화가 주된 활동이라 진입장벽이 낮고, 비대면 미팅 등 활용도가 높다.
당초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소셜월드'와 '버추얼 밋업'은 전용 가상현실 앱 '점프 VR'의 기능 중 일부였다. 점프 VR은 버추얼 밋업으로 한 차례 이름만 바꿨다가 이번에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완전히 새롭게 단장했다.
이용자는 성별, 헤어스타일은 물론 키와 체형까지 총 800여 종의 코스튬(외형·의상)으로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이프랜드 안에는 야외 무대∙루프탑∙학교 운동장 등 18종 테마의 가상공간이 준비돼 있다.
이곳에서 매주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심야 상영회와 메타버스 토론회, 명상 프로그램, 뮤직파티를 만나볼 수 있다. 한 방에는 최대 130명이 접속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강점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20~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다"며 "신제품 언팩 행사 등 B2B(기업 간 거래) 모델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약 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제페토'로 메타버스 주도권을 잡았다.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2억 가입자를 보유 중이다.
해외 이용자가 전체의 90% 차지하고 있으며, 10대가 80%로 대부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BTS·블랙핑크 등 한류 스타들의 아바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를 구현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제페토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렌지'는 아바타 의류를 제작·유통해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의 10대들이 20~3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령대가 고루 분포될 것이다"며 "디즈니·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부터 아이돌 등 IP(지식재산권)와 협업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해외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근간인 XR(확장현실) 시장이 2019년 464억 달러(약 53조원)에서 2030년 1조5000억 달러(약 172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로블록스'다. 초등학생 위주로 입소문을 타다 비대면 추세 확산에 날개를 달았다. 활동 영역에 제한이 없고, 이용자가 직접 콘텐트를 생산하는 자유로운 환경이 매력이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일 활성 이용자(DAU)는 약 4300만명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들은 이 플랫폼에 32억 시간을 할애했다. 월 매출은 최대 1억5100만 달러(약 1740억원)로 추산했다.
로블록스의 시가총액은 올해 3월 뉴욕 증시 상장 첫날 382억 달러(약 44조원)였는데, 현재 479억 달러(약 55조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1년 콘텐트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현실과 가상이 함께 엮인 엔터테인먼트 및 소통 문화가 대중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호작용의 주요한 수단인 아바타가 진화하고, 새로운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