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실축 후 인종차별적 비난에 시달렸던 제이든 산초(21)가 침묵을 깼다. 산초는 실축은 사과하면서도 증오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잉글랜드의 55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은 승부차기에 나선 3~5번 키커가 모두 실축하며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팬들의 실망감은 분노로 변했고, 승부차기를 실축한 마커스 래시포드(24), 산초, 부카요 사카(20)는 도 넘은 인종차별적 학대에 시달렸다. 세 선수는 모두 유색인종이다.
앞선 13일(한국시간) 래시포드가 먼저 입장을 밝혔다. 승부차기 실축은 사과했지만,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에 대해선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며 단호했다. 그는 "나는 마커스 래시포드, 23살, 사우스 맨체스터 출신 흑인이다"고 덧붙였고 전 세계가 그를 응원했다.
산초는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긴 글을 남겼다. 산초는 결승전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고 밝히며 "팀 동료, 코칭 스태프 그리고 실망하게 한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커리어 중 최악의 감정이다. 글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다. 비록 패배는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테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점들도 있다"고 적었다.
산초는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매번 노력했고, 페널티킥 또한 수없이 연습했지만, 이번에는 성공이 따라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대표팀이 진정한 가족 같았다고 이야기한 산초는 "결승전 후 나와 내 형제 래시포드와 사카에게 쏟아진 인종 차별을 못 본 척하진 않을 거다. 그러나 슬프게도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사회로서 더 나아져야 하고, 인종차별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초는 "증오는 이기지 못한다. 비슷한 인종차별을 경험한 모든 젊은이여, 고개를 들고 계속 꿈을 좇아가자"며 건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잉글랜드가 비록 졌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 산초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누른 긍정적인 메시지들과 사랑, 지지에 감사하다"는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