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한국가스공사 가드 두경민(30)은 지난달 2일 “동대구역 앞에 집을 구했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6월 9일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본사가 있는 대구시와 연고지 협약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두 달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대구 가스공사’라는 이름은 쓸 수 없다. 연고지 협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두경민을 비롯한 가스공사 선수들은 대구에 집을 얻고도 여전히 인천 삼산체육관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고, 인천 호텔에서 지낸다.
일단 대구에서 훈련장을 구하지 못했다. 선수단은 25일 대구로 내려가 대구은행 체육관에서 훈련할 예정인데, 아직 사용 허가를 못 받았다. 플랜B(개성고 체육관)와 C(경일대 체육관)까지 검토해야 하는 처지다.
홈 경기장도 문제다. 대구체육관은 개장한 지 40년 됐다. 천장 일부에서 물까지 샌다. 얼마 전까지 코트 외곽에 파란색 양동이 몇 개가 놓여있었다. 대구시는 우선 급한 대로 2억 원을 들여 바닥 샌딩 보수공사만 하기로 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인데, 10월 10일 개막하는 2021~22시즌 홈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구시와 가스공사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새 경기장 건립’을 두고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입찰 때 경기장 신축을 먼저 제안했는데 다른 소리를 한다. 우리는 3년간 매년 운영비 10억원을 지원하고, 대구체육관 대관료의 8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스공사 관계자는 “모든 프로 구단 경기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립하고 관리한다. 경기장 신축은 ‘미래 구상’ 수준이었는데, 대구시가 당장 구체적인 약속을 받으려 한다. 국민 가스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히 추진할 사안”이라고 맞섰다.
개막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떠안고 있다. 두 달째 연고지에서 훈련도 못 하는 신세다. 유도훈 가스공사 감독은 “선수단은 대구시의 환영을 받으며 입성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경기력으로 선수단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경민은 “어릴 적 대구체육관에서 오리온스 경기를 관전했는데, 당시 대구 팬들이 열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구 시민들과 많은 스킨십을 기대하고 있다. 선수로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가스공사는 여전히 대구를 연고지 1순위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자랜드 연고지였던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농구인은 “체육관 건립이 우선인가, 겨울스포츠를 원하는 대구 시민의 바람이 우선인가. 가스공사가 대구를 연고지로 삼지 않으면, 체육관 문제도 아무 소용없는 게 아닌가”라며 대구시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KBL(프로농구연맹)-가스공사 협약식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