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설기현 감독.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설사커'는 포기하지 않는다. 경남FC 설기현(42)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로 승격을 노리겠다고 선언했다.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경남은 K리그2(2부) 6위다. 1부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 전남 드래곤즈(41점)와는 승점 7점 차. 남은 9경기에서 치고올라간다면 충분히 추격이 가능한 격차다.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7경기 3승 2무 2패. 개막 2연패 포함 1승1무5패로 시작했던 초반보다 안정됐다. 막바지 상승세를 타며 3위에 올랐던 지난해의 모습을 재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축구 팬들은 경남 축구를 '설사커'라고 부른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고, 유기적인 패스로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때에 따라 양쪽 풀백이 극단적으로 전진하는 2-3-5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초반과 올 시즌 초반엔 독이 되기도 했다. '승리'가 '재미'보다 중요한 프로축구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수비적인 3백 혹은 5백을 쓰는 팀이 많은 리그2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띈다.
하지만 설기현 감독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설 감독은 "솔직히 처음이라 실수가 있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선수들도 자기만의 색깔이 중요하지 않나. 윙어라면 돌파력이 있어야 하고, 미드필더라면 경기를 풀어준다든가 특징이 있어야 한다. 감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도 색다른 축구를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기 축구를 해야한다"고 했다.
올해도 여전히 경남은 공격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랜드전에서는 설기현 감독이 원하는 공격이 나왔다. 2-3으로 뒤진 후반 41분엔 수비 지역에서 다섯 번의 짧은 패스로 최전방의 에르난데스까지 연결해 골을 넣어 무승부를 만들었다.
설 감독은 "우리 팀 전술을 감안하면 골이 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인데, 세 골을 넣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물론 세 골을 내준 것은 아쉽다. 수비 불안을 공격적인 부분으로 상쇄하려면 더 가다듬어야 한다. 상대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은 지난해 광주에서 활약한 윌리안, 전남에서 뛴 에르난데스를 영입해 전방에 세웠다. 처음엔 전술적인 문제와 기용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기대했던 모습을 못보여줬으나 점점 좋아지고 있다. 윌리안이 8골(5위), 에르난데스가 7골(8위)을 넣었다.
설 감독은 "에르난데스가 모친상으로 브라질을 다녀왔다. 다행히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둘 다 원래 포지션은 윙어이고 빠르기 때문에 상대가 동시에 막기는 힘들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리그2는 팀당 네 번씩 맞붙는다. 이제 마지막 9경기만 남았다. 설기현 감독은 "승격 도전이 쉽지 않지만 세밀한 부분을 보완하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